경기침체…'인재'는 '철새'가 된다

  • '고용보장=동기유발' 통념 시대착오 "불황일수록 인재관리 강화해야"

침체기일수록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도와 신뢰도는 낮아지게 마련이다. 운좋게 해고나 감봉 대상에서 제외된 인재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펼칠 수 없는 기업의 한계를 절감하고 더 나은 조건과 기회를 찾아 회사를 떠나기 일쑤다. 그런 만큼 경쟁력 있는 기업들에게 침체기는 인재풀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위크(BW)는 최근 경제학자이자 직장가정정책연구소(CWLP) 소장인 실비아 앤 휴렛의 저서 '톱 탤런트: 침체기에 성과를 높여라(Top Talent: Keeping Performance Up When Business is Down)'를 통해 침체기에 인재의 이탈을 막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비결을 소개했다.

휴렛은 이 책에서 언스트앤영, 제너럴일렉트릭(GE), 골드만삭스, 인텔, 존슨앤존슨(J&J) 등 CWLP 산하 '숨어 있는 인재 유출 대책 본부(Hidden Brain Drain Task Force)' 소속 50개 다국적 기업의 인재 관리 현황을 집중 분석했다.

분석 결과 휴렛은 세계적인 기업들조차 인재를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경영환경이 험난해질 수록 기업들은 스타급 인재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지만 위기 속에 주의가 산만해져 그들을 관리하는 데는 소홀하게 된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추락하는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치중하며 인재 관리는 해고 전략 수준에서나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휴렛은 경기침체기에는 고용보장이 곧 동기유발이라는 통념이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지적한다. 막대한 손실과 치솟고 있는 실업률에 노출된 직원들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120%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CLWP 조사 결과 대량 해고는 남아있는 직장인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다. 실직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결코 동기유발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CWLP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1월 사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은 이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4%가 직장을 잃었다. 이 가운데 32%는 회사로부터 직접 해고됐고 나머지 68%는 자발적으로 직장을 떠났다.

또 응답자 가운데 64%는 이미 사퇴를 고려하고 있으며 24%는 새 직장을 찾는 데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경기침체와 대량 해고 사태에 대한 불안감과 무기력, 의욕상실 등을 호소하기도 했다. 전체 응답자의 74%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고 73%는 불안감, 64%는 사기저하로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휴렛은 CEO들에게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의사소통을 많이 하라고 주문했다. 기업가들은 직원들의 동요를 우려해 경영난을 쉬쉬하는 경향이 짙지만 소통과 정보의 단절이 오히려 기업 내부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무런 정보가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그 이상의 전략을 짤 수 없다.

캐스린 퀴글리 크레딧스위스(CS) 미국 인재관리 부문 대표는 "'모른다'라고 할지언정 CEO라면 뭐든지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사람들은 침묵을 불길한 소식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CEO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호황기에 두드러졌던 인재의 역량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 최고의 성과를 거둬온 인재들은 도전과 목표달성에 대한 의지가 투철하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게 마련이다. 휴렛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제한된 인재들에게만 높은 성과를 강요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현명한 리더라면 현재 상황에 맞는 목표를 다시 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인재풀을 재구성하라고 조언했다.

휴렛은 또 인재들이 업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스가 커지면 뛰어난 인재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 하기 십상이다. 때문에 휴렛은 경기침체기에는 기업가가 보다 꼼꼼한 '마이크로매니저(micromanager)'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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