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아의 산업예보] 기름값 넉 달째 묶였는데...정유사 손실보전 정산은 11월에야

  • 정부, 11차 최고가격 동결…넉 달째 같은 수준

  • 정유 4사 자료 제출 완료에도 원가 검토 장기화

  • 정부 "10월 정산 어려워…11월에나 가능할 듯"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 사진ChatGPT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 [사진=ChatGPT]
오늘의 정유업계 흐림

정부가 석유제품 공급가격을 넉 달 가까이 같은 수준으로 묶어둔 가운데 정유업계의 손실보전 문제는 좀처럼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정유 4사가 손실 관련 자료를 제출했지만 정부의 정산가격 확정은 이달에도 이뤄지지 못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전날 제11차 석유 최고가격을 한 차례 더 동결했다.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은 리터(ℓ)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4주 더 유지된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7차 최고가격을 인하한 이후 이번까지 네 차례 연속 동결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13일 시작됐다. 정부가 정유사의 주유소·대리점 공급가격에 상한을 설정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사후 보전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가격 통제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유사에 대한 첫 손실보전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유 4사는 지난 9월 말 1차 정산 대상인 3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발생한 손실 관련 자료를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는 최고액 정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11월 말까지 정산가격을 확정하고 연내 손실보전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첫 정산액 확정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최고가격제 정산은 이번 달은 어려울 것 같고 다음 달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서류 제출 단계는 마무리가 되었고 검토하는 시간이 조금 길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산이 지연되는 배경에는 손실액 산정 기준을 둘러싼 문제가 있다. 정부는 정유사의 실제 원유 도입 비용과 생산·판매 비용 등에 적정 이윤을 더한 금액을 기준으로 보전액을 산정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정유업계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정부가 지정한 최고가격의 차이 등을 손실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부 원가를 구분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 정유사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와 경유뿐 아니라 나프타, 항공유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하지만 최고가격제 손실보전 대상은 국내에 판매된 휘발유·경유·등유로 한정된다. 수출 물량과 다른 석유제품에 투입된 비용을 제외해야 하는 데다 정유사별 회계 처리 방식도 달라 원가 인정 범위의 까다로운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이에 위원회는 정유사에 보완 자료를 잇따라 요청했으며, 정유 4사도 요청에 따라 수차례 자료를 추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실보전에 필요한 재정 규모도 변수다. 정부는 제도 도입 당시 정유사 손실보전을 위해 4조2000억원의 예비비를 마련했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올해 4분기 몫 손실 배상을 위해 1조4497억원이 배정돼있다. 그러나 최고가격제 시행이 당초 예산 추산에 반영한 기간보다 길어지면서 재정 부담이 확대될 우려도 제기된다. 정유업계에서는 보전 필요 규모가 7조~8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오지만 정부의 원가 중심 산정 방식에 따라 실제 지급액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가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는 입장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월평균 0.6%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등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격 통제에 따른 재정 부담과 제도 종료 시점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을 별도로 정하지 않은 상태다.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유조선 통항이 원활해지는 시점에 종료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최고가격제 장기화에 따른 재정 부담과 정유사 손실보전 문제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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