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라인 '쇄신론' 선 그은 李…북미대화 불씨에 '유지' 무게

  • 野 "정동영 경질, 동맹 회복 선결조건" 연일 공세

  • APEC 앞두고 자주·동맹 균형 연속성에 무게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울산에서 열린 대호김종서함 진수식에서 축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울산에서 열린 대호김종서함 진수식에서 축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 정보 협력을 둘러싼 미국 측 우려가 일부 드러나면서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쇄신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야권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의 경질을 요구하며 공세를 높이고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적 국익외교'를 강조하며 현 외교안보 라인 유지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다음 달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미 대화 가능성이 열린 만큼 인적 쇄신보다 정책 연속성을 우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미 간 이상 기류를 외교안보 라인의 책임 문제로 연결하며 이 대통령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합참의장과 주미대사까지 인정하는 한미 갈등을 정동영 장관 혼자만 부인하고 있다"며 "정 장관 경질은 한미동맹 회복을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박충권 수석대변인도 청와대가 한미 정상 간 골프 회동에 대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을 겨냥해 "동맹 신뢰가 흔들리는 원인은 골프장이 아니라 외교안보 라인"이라며 "정 장관을 경질하고 외교안보 라인부터 전면 쇄신하라"고 촉구했다.

강경화 주미대사의 국정감사 발언은 야권의 경질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 강 대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재외공관 국정감사에서 한미 정보 협력을 양국 간 가장 어려운 현안 중 하나로 꼽았다. 지난달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회담에서도 미국 측이 관련 문제를 제기했다며 "아직 미 측이 기대하는 만큼 문제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이 정보 공유 총량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히고 정 장관도 "한미동맹에 전혀 이상이 없다"고 강조해 온 가운데, 주미대사가 미국 측의 우려가 남아 있다고 인정하면서 정부의 진화 메시지도 힘이 빠지게 된 셈이다.

앞서 여권 일각에서도 쇄신 요구가 나오는 상황이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외교안보라인을 필두로 쇄신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주문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중시하지만 정부는 남북관계와 북한 문제에 무게를 두고 있어 양국의 국익이 부딪히는 지점이 있다"며 "미국이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함께 갈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면서 일부 정보 제한도 지속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당장의 인적 쇄신 가능성에 사실상 선을 긋는 메시지를 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외교 방침은 명확하게 실용적 국익외교"라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을 "외교의 축"으로 규정해 지속적으로 고도화해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주변 강국과의 관계 관리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북극항로 개척과 러시아 협력 문제를 논의할 때는 조 장관에게 "적국과도 외교하시죠, 원래"라고 물은 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그것이 외교의 원칙"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이른바 자주파를 배제하라는 요구보다 기존 외교안보라인의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삼되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하고, 북한과의 대화 공간도 확보하는 현 정부 구상은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음 달 중국 선전 APEC 정상회의도 인적 쇄신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다음 달 아시아 방문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통일부도 북미 회동이 성사되면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정부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대북 제재 문제 등 향후 협상 카드를 한미가 사전에 조율해야 하는 시점에 외교안보 수뇌부를 교체할 경우 기존 대화 채널과 정책 연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현재 라인을 통한 관계 복원에 무게를 둔 배경으로 분석된다. 다만 인적 쇄신을 유보하더라도 한미 정보 협력 정상화와 외교안보 부처 간 메시지 조율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이 대통령은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 어느 한쪽에 힘을 싣기보다 양쪽의 목소리를 모두 가져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서로 다른 목소리가 계속 나오면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묻게 될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의견을 종합해 정책 방향을 분명히 보여주는 통합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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