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정감사] 복지위 국감, '태움·미프진'부터부터 '공보의 단축·권역응급 기피'까지(종합)

  • 이만희 "상종 14곳 권역응급 기피" 질타…소병훈 "통합돌봄 지역격차 해소 시급"

  • 잇단 간호사 '태움' 참사에 장관 "인력기준 속도"…미프진 도입 두고 여야 격돌

  • 권칠승 "군의관·공보의 복무단축 공론화해야"…향후 22일간 보건복지 난제 정조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 국정감사가 7일 열렸다. 이번 국감에서는 의료 현장의 오랜 병폐인 간호사 '태움(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7년째 입법 공백 상태인 임신중절약 '미프진'의 정식 도입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의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기피 현상, 극심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 격차, 공중보건의·군의관 복무기간 단축 공론화 등 산적한 보건의료 현안들이 도마 위에 오르며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졌다.
 
"사과조차 없던 병원"…청년 간호사 죽음 내몬 '태움' 구조적 문제 질타
​​​​​​​이날 국감에서는 청년 간호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가혹한 노동 환경, 일명 '태움' 문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의료계의 고질적 악습인 태움은 단순한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 과중한 업무량과 고질적인 인력 부족이 낳은 구조적 참사라는 것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발생한 참조은병원 고(故) 강수빈 간호사 사건과 서울의료원 김 모 간호사 괴롭힘 사건을 언급하며, 두 병원의 대응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참조은병원은 고인에게 단 한차례의 사과도 하지 않았으며, 서울의료원은 괴롭힘 심의위원회를 졸속 개최하고, '괴롭힘 아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의원은 "태움은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만성적인 과중 업무와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며 "노·사·전문가가 균형 있게 참여하는 병원 내 조사 가이드라인을 복지부가 마련하고, 간호인력 적정 배치 기준과 교육전담간호사 제도를 조속히 정착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간호사 태움이 왜곡된 조직 문화와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기인한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노동부와 협력해 괴롭힘 조사 프로세스를 정교화하고, 이미 법제화된 간호사 적정 인력 배치 기준 마련에 속도를 내는 한편 교육전담간호사 확대 등을 담은 종합 대책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미프진 도입' 두고 여야 정면충돌…"의료 접근성 우선" vs "태아 생명권·부작용 우려"
정부가 정식 도입을 추진 중인 인공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진'을 두고는 여야 간 상반된 시각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째 후속 입법이 지연되면서, 음성적 불법 구매와 가짜 약 유통으로 여성 건강이 위협받는 사각지대가 발생한 데 따른 쟁점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프진의 실효성 있는 사용을 위한 '접근성 보장'을 강조했다. 남 의원은 "산부인과가 없거나 단 한 곳뿐인 시군구가 전국 55곳에 달하고, 산부인과 의원의 74.5%(990개)가 입원 병상이 없는 상황"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처럼 불필요한 장벽을 없애기 위해 원내 투약이나 장시간 관찰을 일률적으로 강제해선 안 되며, 약가 부담을 덜기 위해 복지부 장관의 직권 등재를 통한 건강보험 적용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법적 모순과 약물의 위험성을 내세워 신중론을 폈다. 조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취지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롭게 고려해 입법하라는 것이었으나, 현행 형법과 모자보건법, 약사법은 여전히 약물 낙태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물 투약 후 불완전 유산 등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존재하는데도, 국내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가교 임상시험과 안전 관리 체계 등 근본적인 형법 개정 없이 행정명령으로 도입하는 것은 입법부 권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정 장관은 "헌재 판결 이후 모자보건법 등 후속 법 개정이 장기간 지연되며 입법 공백이 발생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재 불법적인 약물 구매와 부작용 관리 부실로 여성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어 허가 절차를 선제적으로 검토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해관리계획에 따라 의료계와 협의해 안전한 투약·관리 지침을 마련하겠으며, 국회의 법 개정 논의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 14곳 '응급실 기피'…통합돌봄 지역 격차 지적
최고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이 경영상의 이유로 중증 응급 환자 대응이라는 공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만희 복지위원장(국민의힘)은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곳은 33곳에 불과하며,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영남대병원 등 대형 병원들이 지정에서 빠져 있고 부산대나 전남대 화순병원은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영남대병원은 지난해 492억 원, 삼성서울병원은 432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흑자를 내면서도 전용 병상 운영에 따른 기회비용 손실을 우려해 응급의료센터 지정을 회피하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과 취약지 의료기관을 묶어 인력과 장비를 연계하는 등 근본적인 응급의료 시스템 재편 방안을 종합감사 전까지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초고령사회 핵심 정책인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의 부실한 현주소도 여실히 드러났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합돌봄 지원법' 시행 이후 폭증하는 수요 속에서 지자체 간 극심한 서비스 격차를 지적했다.
 
소 의원은 "강원 양구군은 신청 후 서비스 연계까지 평균 5일이 걸리고 연계율이 100%인 반면, 속초시는 35일이 걸리고 연계율은 38%에 그쳤다"며 전담 인력의 부재를 지적했다.
 
이에 정 장관은 "수요 대비 공급의 지역별 편차를 인지하고 있다"며 "올해 연말까지 5300여 명의 전담 인력을 채용해 배치하고, 내년 예산에 기본 돌봄센터 30개소를 확충하는 등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넓혀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의 복무 환경 개선 필요성도 강하게 대두됐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대생 현역 입영이 2년 만에 11배 증가하면서 공중보건의 편입 인원은 60%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며 "복무 기간이 일반 현역병과 2배 가까이 차이 나는 만큼 불가피하게 군의관과 공보의의 복무 기간 단축을 공식적으로 공론화할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정 장관 역시 복무 기간 단축 논의의 필요성에 적극 동의하며 국방부 등과 함께 공론화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국감을 시작으로 닻을 올린 복지위는 오는 27일 종합감사까지 산적한 보건·복지 난제들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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