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은 청년 간호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가혹한 노동 환경과 7년간 이어진 임신중지 입법 공백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7일 오전 질의에서 가장 무겁게 다뤄진 사안은 간호사 태움 문제였다. 의료계의 고질적인 악습으로 꼽히는 '태움'은 선임 간호사가 후임 간호사를 길들인다는 명목으로 자행하는 직장 내 괴롭힘이다. 2018년 서울아산병원, 2019년 서울의료원에 이어 최근까지도 신규 간호사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는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간호사 출신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발생한 경기도 광주 참조은병원 고(故) 강수빈 간호사 사망 사건과 서울의료원 김 모 간호사 괴롭힘 사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서울의료원 역시 직장 내 괴롭힘 심의위원회를 열면서 신고인과 근로자 추천 위원을 배제한 채 병원 간부 위주로 회의를 열어 '괴롭힘 아님' 결론을 내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의원은 "태움은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만성적인 과중 업무와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며 "노·사·전문가가 균형 있게 참여하는 병원 내 조사 가이드라인을 복지부가 마련하고, 간호인력 적정 배치 기준과 교육전담간호사 제도를 조속히 정착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간호사 태움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왜곡된 조직 문화와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노동부와 협력해 괴롭힘 조사 프로세스를 정교화하고, 이미 법제화된 간호사 적정 인력 배치 기준 마련에 속도를 내는 한편 교육전담간호사 확대 등을 담은 종합 대책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지난달 관계부처 합동으로 추진을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의약품(미프진) 도입 문제를 두고는 여야 간 상반된 시각차가 드러났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째 후속 입법이 지연되면서 음성적 불법 유통과 약물 오남용 문제가 누적된 데 따른 공방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프진의 안전하고 원활한 사용을 위한 '접근성 보장'에 무게를 실었다. 남 의원은 "산부인과가 전무하거나 단 한 곳뿐인 기초지자체가 전국 55곳에 달하고, 산부인과 의원의 74.5%가 무병상 의원"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처럼 불필요한 장벽을 없애기 위해 원내 투약이나 입원 관찰을 일률적으로 강제해선 안 되며, 약가 부담을 덜기 위해 복지부 장관의 직권 등재를 통한 건강보험 적용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법적 모순과 약물의 위험성을 내세워 신중론을 폈다. 조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취지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롭게 입법하라는 것이었으나, 현행 형법과 모자보건법, 약사법은 여전히 약물 낙태를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물 투약 후 불완전 유산 등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존재하는 만큼, 국내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가교 임상시험과 안전 관리 체계 등 제도적 보완이 선행되지 않은 행정 조치는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은경 장관은 "헌재 판결 이후 모자보건법 등 후속 법 개정이 장기간 지연되며 입법 공백이 발생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재 음성적인 불법 구매와 가짜 약 유통으로 여성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어 허가 절차를 선제적으로 검토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정 장관은 "약물이든 수술이든 안전 관리는 모두 필수적인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해관리계획에 따라 의료계와 협의해 안전한 투약·관리 지침을 마련하겠다"며 "국회의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 논의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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