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송암 박두성(1888~1963)이 만든 한글 점자 '훈맹정음'의 뜻이다. 일제강점기 시각장애인들이 일본어 점자에 의존해 배움에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 박두성은 제자들과 연구를 거듭해 한글 원리에 따라 초성·중성·종성을 6개의 점으로 표현하는 한글 점자 체계를 만들었다. 이렇게 1926년 11월 4일,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을 맞아 세상에 나온 훈맹정음이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과 국립한글박물관, 송암점자도서관은 이를 기념해 7일부터 특별전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을 연다.
전시에는 국내외 기관이 소장한 자료 50건 65점이 나왔다. 국립한글박물관을 비롯해 송암점자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대구대학교 중앙박물관, 프랑스 국립도서관, 프랑스 국립 시각장애 청소년 교육원, 발랑탱 아위 협회 등의 소장품이다. 이 가운데 국가등록문화유산 11점도 공개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926년 한글 점자표 '훈맹정음'이다. 기존 국내에서 사용하던 4점 방식이 아니라 6점을 조합하고, 한글 원리에 따라 초성·중성·종성을 구분했다. 자주 쓰는 글자는 약자로 만들어 쉽게 읽고 쓸 수 있도록 했다. 당시 만들어진 자음과 모음 체계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박두성은 제자들과 '육화사'를 조직해 점자를 보급하는 데도 힘썼다. 점자 교육자료와 기록 도구를 우편으로 보내 가족과 함께 공부하도록 하는 '통신교육'도 실시했다. 편지로 문제를 내고 답을 받아 틀린 글자를 고쳐주기도 했다. "맹인들은 점자로 편지하자. 모르는 이에게는 서로 가르쳐주자"며 점자 사용을 독려했다.
그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가 박두성이 1926년부터 1949년까지 작성한 '일지'다. 육화사 조직 이후 통신교육과 점자책 제작 등 시각장애인 관련 업무를 직접 기록했다. 훈맹정음이 만들어지고 보급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훈맹정음의 유래' 초고본(1946)도 전시된다. 박두성이 한글 점자의 원리와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직접 작성한 점자 설명서 원고다. 한글 점자뿐 아니라 수학·화학·음악 부호·외국어 점자 등을 설명했다. 1946년 작성된 '한글 점자 설명서'는 박두성이 작성한 한글 점자 설명서로, 한글 점자의 창제 원리와 사용법을 자세히 적었다. 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에는 그림을 덧붙였다.
점자가 시각장애인에게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였음을 보여주는 자료도 있다. 1949년 무렵 발행된 점자 시사 잡지 '촉불'이다. 일주일에 한 번 발행해 김구 선생 영결식 등 당시 주요 소식을 시각장애인에게 전했다. 종이가 귀했던 시절 이면지를 활용해 인쇄하면서 인쇄물이 거꾸로 제본된 흔적도 남아 있다.
1940년대 제작된 '앞 못 보는 이와 그의 가족 친구에게 드림'에는 "유능한 목수는 상한 재목도 버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대한맹인사업협회가 시각장애인 교육의 필요성과 단체 설립 취지를 알리기 위해 만든 자료다.
전시장은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모든 설명문에 점자를 병기했고, 주요 자료는 만져 볼 수 있는 촉각 모형으로 제공한다. 음성해설도 함께 운영한다. 점자책과 촉각책을 직접 읽고, 점자표를 보며 자기 이름을 점자로 써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김명인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훈맹정음 창제 100년을 기리는 전시만이 아니다"라며 "여전히 시민으로서 성원권을 누리지 못하는 장애인과 소수자의 문제를 환기하려는 뜻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기회로 우리 사회에서 억압 받거나 소외된 소수자의 문제를 환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2027년 2월 14일까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관람료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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