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을 겨냥해 "더 이상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이 무의미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 시장은 서울·수도권의 주택 인허가와 착공 증가를 정부 정책의 성과로 해석하는 데 반박하고, 국민의 주거 고통 앞에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방향을 바꾸라고 촉구했다.
오 시장은 6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정신승리를 지켜보기엔 국민의 삶이 너무 절박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전날 대통령이 SNS에 게시한 여러 부동산 관련 글을 언급하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비판 이유를 밝혔다.
이어 "집값이 오르면 투기세력 탓,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하면 기득권의 저항, 국민이 고통을 호소하면 개혁 과정에서 감수해야 할 반발이라는 대통령의 편협한 인식으로는 앞으로도 가망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글은 개별 정책에 대한 반박을 넘어 대통령이 정책의 부작용과 비판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비판 수위가 높다. 특히 '설득이 무의미하다'는 표현에는 정책 논쟁을 통해 방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마저 약해졌다는 오 시장의 실망이 담겼다.
오 시장은 대통령이 전년 대비 서울·수도권의 인허가와 착공 증가를 정부의 '속도전' 덕으로 설명한 대목을 집중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도대체 정부가 어떤 속도전을 했다는 것입니까"라며 "조합설립부터 착공까지 평균 10년 이상 걸리는데 대통령께서는 인허가와 착공을 1년 만에 만들어내는 요술램프라도 갖고 계십니까"라고 반문했다. 장기간에 걸쳐 추진해 온 서울시 정비사업의 성과를 현 정부의 '속도전' 결과로 설명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라는 취지의 비판이다.
비판의 핵심은 주택 공급 실적과 정책 효과 사이의 시차다. 인허가와 착공 증가를 어느 정부의 성과로 평가할 것인지는 해당 사업이 언제 시작돼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오 시장은 올해 나타나는 정비사업 성과를 현 정부의 단기간 정책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서울시가 진행해 온 공급 기반 복원 과정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정비사업을 뿌리를 뽑고 제초제까지 뿌려놓은 상태에 비유하며, 서울시가 이를 밤낮없이 복원해 온 결과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박 전 시장 때 취소된 정비사업은 389곳, 43만호 규모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214곳을 새로 지정하고 사업성을 개선하는 등 인허가와 착공을 앞당길 여건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정비사업 약 1만5000호가 착공했으며, 올해는 3만호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8년까지는 85개 구역에서 총 8만5000호를 착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성과가 아니다"라며 "무너진 공급 기반을 하나하나 다시 세워, 꾸준히 결실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공급 정상화의 과정을 애써 외면한 채,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는 대통령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인식이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구분에 갇혀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이 보수정부는 투기를 권장했고, 진보정부는 투기를 억제했다"고 전하며 "이를 근거 없는 이분법적 사고"라고 규정했다. 그는 "부동산을 시장 원리가 아닌 이념으로 바라보는 인식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대통령에게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대통령 말씀대로라면 투기를 권장한다는 보수정부에서 집값이 뛰고, 투기를 억제한다는 진보정부에서는 안정됐어야 한다"며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지 않습니까"라고 주장했다. 이는 정책의 명분과 실제 결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기 억제를 내세웠다는 사실만으로 정책 성과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며, 집값과 공급, 임대차 시장에서 나타난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오 시장은 "있는 사실마저 외면한 채 정신승리만 거듭한다고 정책의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며 "국민이 겪는 부동산 지옥만 길어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저는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고 생각한다"며 "투기세력을 때려잡겠다는 구호가 커지고, 정책을 '개혁'으로 포장할수록 오히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를 향해 가고 있다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오 시장은 "대통령의 여유를 가지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전월세 대란 속에서 당장 이사 갈 집조차 구하지 못해 속이 타들어가는 국민들 앞에서 하실 말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글 말미에서 "지난 1년간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용기 있게 선언하십시오"라고 요청했다.
그는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다"라며 "국민의 고통 앞에서 생각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는 것, 그것이야말로 국정 최고책임자가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용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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