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적정 수준을 웃돈다고 평가한 데에는 평가 모형 개편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한국은행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뀐 모형이 한국 고령층의 높은 저축성향과 빠른 고령화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적정 흑자 규모를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IMF EBA 모형 개편이 우리나라 경상수지 평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IMF는 지난 7월 대외부문 평가보고서에서 한국의 지난해 경상수지가 중기적 균형 수준을 '상회'한다고 평가했다. 전년 '대체로 부합'에서 두 단계 상향된 것으로, 해당 평가를 받은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IMF는 대외균형평가(EBA) 모형을 통해 각국의 경제·인구구조와 정책 등을 고려한 적정 경상수지를 추정한다. 경기변동 영향을 제거한 경상수지와 적정 수준의 차이가 경상수지갭이다. 흑자국에서는 이 값이 클수록 적정 수준을 넘는 흑자가 많다는 의미다.
한국의 지난해 경상흑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6%로 전년보다 1.3%포인트 커졌다. 반면 모형이 산출한 적정 흑자는 4.7%에서 3.3%로 낮아졌다. 이에 경상수지갭은 0.8%에서 3.1%로 확대됐다. IMF가 한국의 고령화 등을 고려해 자체 조정한 최종 갭은 2.5%다.
한은이 다른 조건을 동일하게 두고 인구구조 부문 개편 효과를 분석한 결과, 모형 개편만으로 한국의 적정 흑자가 1.10%포인트 낮아졌다. 비교 대상 26개국 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에 따른 갭 확대분의 94%는 모형으로 설명되지 않는 잔차 증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한국 고령층의 저축·근로 행태가 모형의 가정과 다르다고 짚었다. 모형은 은퇴한 고령층이 저축을 줄여 소비한다고 보지만, 지난해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가구의 평균저축성향은 32.2%로 전체 가구 평균인 30.9%보다 높았다. 65세 이상 고용률도 3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고령층 자산의 83%가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어서 이를 소비하기 어려운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미래 고령인구 비중을 현재 비중으로 대체한 점도 한국의 빠른 고령화를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4~2029년 4.9%포인트 상승할 전망이다. 낮은 공적연금 소득대체율과 기금 소진 우려도 근로세대가 노후에 대비해 저축을 늘릴 유인으로 작용한다.
내년에는 과거 초과 경상수지의 누적분을 순대외자산에서 제거하는 추가 모형 개편이 예정돼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올해 경상수지갭이 0.74%포인트 더 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흑자 확대까지 고려하면 분석에 사용한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균형 수준을 '상당폭 상회'하는 구간에 해당했다.
김민 한은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향후 IMF와의 협의 과정에서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흑자 확대 효과를 감안해 달라는 취지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평가에서도 한은·재정경제부와 IMF 간 논의가 있었으며, IMF는 한국의 빠른 고령화를 고려해 모형이 산출한 적정 경상수지를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김 과장은 "IMF의 평가는 빠른 고령화나 반도체 호황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특수성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왜 경상수지갭이 확대됐는지 그 기저 요인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