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입구에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오주석 기자]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입구의 웅장한 석조 건물 사이로 낯선 조각 네 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은빛 금속과 검은 구체, 사람의 손을 닮은 형상이 뒤엉킨 작품들이다. 작품 높이만 5m에 달해 멀리서도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작품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사람의 '손' 모습이 분명해졌다. 작품에는 철과 알루미늄 합금, 복합 유리섬유와 같은 소재가 사용됐다. 건축물의 파편을 연상시키는 형태와 사람의 신체 일부가 뒤섞여 미술관의 고전적인 외벽과 묘한 대비를 이뤘다. 일부 작품은 벽감의 경계를 넘어 밖으로 뻗어나왔다.
미국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입구 외벽에 전시된 리우 웨이 작품.[사진=오주석 기자]
이 전시는 제네시스가 후원하는 '더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 리우 웨이, 스페큘레이션(Speculation·불확실성)'의 일환이다. 리우 웨이는 스페큘레이션을 주제로 해체와 복원을 반복해 온 인간 사회의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손은 종교와 권력, 저항뿐 아니라 예술가가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작 행위까지 상징한다.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무언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표현했다는 게 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레슬리 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현대미술부 큐레이터는 "네 작품에는 각각 우주 상수(Λ), 만유인력 상수(G), 광속(c), 플랑크 상수(h) 등 물리학의 기본 상수가 붙었다"며 "인간의 상상과 추측을 뜻하는 사색과 세상을 설명하는 물리학의 기본 상수를 한데 결합해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탐구 정신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2024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5년간 파트너십을 맺고 이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있다. 한국 작가 이불을 시작으로 지난해 제프리 깁슨에 이어 올해는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 리우 웨이가 세 번째 주자로 나섰다.
1902년 완공돼 100년 넘게 비어 있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정면 외벽 또한 2019년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파사드 커미션'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채워지게 됐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부에 전시된 일본 모모야마 시대의 일본 병풍. 금박 위에 꽃과 풀을 그려 사계절의 변화를 표현했다.[사진=오주석 기자]
미술관 안에는 고대 이집트 유물부터 한·중·일 회화, 이슬람 미술, 그리스·로마 유물까지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작품들이 이어졌다. 수천 년의 예술과 문화유산을 품은 공간에서 현대미술 작품도 함께 관람할 수 있었다.
제네시스의 예술 후원 역시 일회성 전시에 그치지 않는다. 2024년 첫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에 참여한 이불 작가의 작품 가운데 한 점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해 현재 미술관 내부에 영구 전시하고 있다. 리우 웨이의 작품은 내년 6월 8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제네시스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파트너십의 첫 번째 전시인 '더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 이불' 작품 중 하나가 미술관 내부에 전시돼 있다.[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의 미국 예술 후원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외에도 인근의 뉴 뮤지엄, LA 카운티 미술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는 국내외 예술 기관들이 공동 연구와 신작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현재 뉴욕 뉴 뮤지엄에서는 울산시립미술관과 함께하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두 미술관은 2028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총 세 차례 공동 기획 전시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