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자신의 인생을 나이로 나누어 말했다. 열다섯에는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는 섰으며,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다. 쉰에는 천명을 알았고, 예순에는 귀가 순해졌다. 그리고 일흔에 이르러 마침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는 경지에 도달했다.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칠십이종심소욕 불유구.
나는 이렇게 이어보고 싶다.
七十從心 八十歸眞 九十無我 百歲合天.
칠십에는 마음을 얻고, 팔십에는 참된 자신에게 돌아가며, 구십에는 그 자신마저 내려놓고, 백세에는 마침내 하늘과 하나가 된다. 칠십은 자유이고, 팔십은 진실이며, 구십은 비움이고, 백세는 하나됨이다.
지난 9월 9일 경기도 고양시 서울한양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레전드 100세 골프대회’를 보면서 바로 이 네 개의 말이 떠올랐다.
그날 필드에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시대를 살아온 원로들이 클럽을 들고 섰다.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96세,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과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93세, 전순표 세스코 총회장과 추헌출 전 세양선박 회장 91세,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90세가 직접 필드를 걸었다.
유흥수 전 주일본대사 89세, 김명하 전 김앤에이엘 회장 88세에 이어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전윤철 전 감사원장, 조갑주 서울한양CC 이사장, 이심 전 대한노인회장, 이상배 전 서울특별시장이 87세의 나이로 함께했다. 이재후 김앤장 대표변호사는 86세, 김영수 전 문화체육부 장관은 84세, 정균환 전 국회의원과 김태랑 전 국회사무총장은 83세,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과 김종환 전 합참의장은 82세였다.
노승숙 전 국민일보 회장과 가수 남진, 어윤대·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은 81세, 최경원 전 법무부 장관은 80세였다.
숫자로만 보면 팔십이고 구십이다. 그러나 그날 서울한양CC에서 이 숫자는 단순한 나이가 아니었다.
인생의 경지였다.
팔십은 귀진(歸眞)이다.
사람은 젊어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살아간다. 지위를 얻고 재산을 얻고 이름을 얻는다. 남보다 먼저 가기 위해 달리고,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경쟁한다. 그러나 여든을 넘어서면 인생의 방향은 조금씩 달라진다. 무엇을 더 얻을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고, 세상이 붙여준 직함과 명예에서 벗어나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八十歸眞, 眞而自然.
팔십에는 참됨으로 돌아가니, 참되어 자연스럽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젊은 골퍼에게는 비거리와 스코어가 중요하고 버디 하나에 기뻐하며 몇 타를 줄였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팔십의 골프는 다르다. 몇 타를 쳤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걸었느냐가 중요해지고, 버디 하나보다 오랜 친구의 건강한 얼굴이 반갑다. 비싼 드라이버보다 오늘 다시 자신의 두 발로 필드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해진다.
그래서 팔십의 골프는 스코어에서 사람으로 돌아가는 골프다.
귀진의 골프다.
구십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九十無我.
그날 필드에는 96세 권노갑 이사장을 비롯해 93세 윤세영 회장과 이용만 전 장관, 91세 전순표 회장과 추헌출 전 회장, 90세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가 클럽을 들었다.
그 나이에 무엇을 더 증명해야 하겠는가. 누구를 이겨야 할 이유도 없고 자신의 지위를 보여줄 필요도 없다. 정치도 지나갔고 기업의 치열한 경쟁도 지나갔다. 장관이라는 명함도, 회장이라는 직함도 결국 세상이 한동안 맡겨놓았던 이름이다.
필드에 서면 모두 한 사람의 골퍼로 돌아간다. 공 하나를 앞에 놓고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을 읽고, 잔디를 밟는다.
無我而天地同流.
나를 비우니 천지와 함께 흐른다.
골프라는 운동이 인생을 닮은 것도 여기에 있다. 골프에서 가장 깊은 상대는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욕심을 부리면 공은 빗나가고, 힘을 빼야 오히려 멀리 간다. 노년의 삶도 마찬가지다. 평생 움켜쥐었던 것을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인간은 오히려 더 자유로워진다.
그래서 구십의 골프는 경쟁의 골프가 아니다.
무아의 골프다.
그리고 마침내 백세다.
百歲合天.
백세에는 하늘과 하나가 된다.
백세 앞에서 승패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백 년 가까이 뛰어온 심장이 여전히 뛰고, 긴 세월을 바라본 눈으로 다시 하늘을 보고, 자신의 두 발로 잔디를 밟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축복이다.
百歲合天, 人天無間.
백세에는 하늘과 하나가 되어 사람과 하늘 사이에 경계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하늘은 어느 특정 종교만의 신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유교의 천(天), 도가의 자연(自然), 불교의 무아(無我), 그리고 창조주 앞에 선 인간의 겸허함까지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초월의 자리다.
백세합천은 인간이 신이 된다는 뜻도 아니다. 평생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욕망과 명예와 소유의 껍질을 하나씩 벗어내고 인간이 생명과 자연의 본래 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백세의 골프는 합천의 골프다.
이번 대회가 더욱 뜻깊었던 것은 그 무대가 서울한양CC였다는 점이다.
사람이 백세를 향하듯 이곳 역시 한국 골프 100년을 향해 가고 있다.
그 중심에 조갑주 이사장이 있다.
1939년생인 그는 젊은 시절 한국 섬유산업의 수출 현장을 누볐다. 산업화 시대에는 세계시장을 향해 달렸고, 1973년 여의도 한강 백사장의 가마니 타석에서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1981년 서울CC에 입회한 뒤 45년 동안 골프장과 함께했다.
그리고 팔십을 훌쩍 넘긴 지금 그가 몰두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이름을 크게 남기는 일이 아니다.
100년의 역사를 제대로 남기는 일이다.
새로운 클럽하우스를 건립하고 센테니얼 게이트를 세웠으며 한국 골프의 역사를 담은 역사전시관을 만들었다. ‘클럽 100년사’ 편찬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조 이사장의 시선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100주년을 맞아 화려한 프로대회 하나를 더 개최하는 것보다 한국 골프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아마추어 유망주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청소년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추진하려는 이유다.
여기에 조갑주 이사장의 백세 철학이 있다.
지난 100년을 기억하면서 다음 100년을 준비하는 것.
자신이 누렸던 것을 다음 세대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팔십귀진에서 구십무아로 가는 길인지 모른다.
그래서 서울한양CC의 100년과 백세 골퍼들의 인생은 하나의 페어웨이에서 만난다. 한쪽에서는 팔십과 구십의 원로들이 걷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어린 골프 꿈나무들이 처음 골프채를 잡는다.
노년과 소년이 같은 필드에서 만나는 것이다.
그것이 전통이다.
전통은 옛것을 박물관 속에 넣어두는 것이 아니다. 앞 세대가 걸어온 길을 다음 세대가 다시 걸어갈 수 있도록 길을 남겨주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골프에는 공자의 종심과 통하는 철학이 있다.
골프는 자유로운 운동이면서 동시에 법도가 엄격한 운동이다. 심판이 매번 따라다니지 않아도 스스로 벌타를 선언하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공을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동반자를 존중하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며 스스로 룰을 지켜야 한다.
從心所欲 不踰矩.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하되 법도를 넘지 않는다.
골프야말로 공자의 종심불유구를 몸으로 익히는 운동인지도 모른다.
세월이 흐르면 골프의 의미도 달라진다.
七十從心.
칠십에는 마음껏 골프를 즐기되 법도를 넘지 않는다.
八十歸眞.
팔십에는 스코어를 넘어 사람에게 돌아간다.
九十無我.
구십에는 승부와 욕심을 내려놓는다.
百歲合天.
백세에는 사람과 필드와 바람과 하늘이 하나가 된다.
그러므로 백세 골퍼의 마지막 스코어카드에는 숫자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18홀을 몇 타에 돌았느냐보다 한 인간이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걸어왔느냐가 마지막 스코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대회도 타수 경쟁보다는 원로들에 대한 존중과 동행에 의미를 두었다. 최고령인 96세 권노갑 이사장에게 ‘최고 원로상’을 수여하고, 참가자 모두에게 ‘대한민국 레전드상’을 헌정했다.
그것이야말로 백세 시대에 어울리는 시상인지 모른다.
인생이라는 긴 18홀을 걸어온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우승컵이 아니라 그가 걸어온 세월에 대한 존경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본격적인 백세 시대를 살아간다.
오래 산다는 것을 늙고 쇠약해지는 과정으로만 바라본다면 팔십과 구십은 상실의 시간이 된다.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하나씩 잃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벗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인생의 풍경은 전혀 달라진다.
칠십에는 욕망과 법도가 화해하고, 팔십에는 허식을 벗고 참된 자신에게 돌아가며, 구십에는 나라는 마지막 집착마저 내려놓는다. 그리고 백세에는 인간과 천지를 갈라놓았던 마지막 경계까지 벗는다.
칠십은 자유다. 팔십은 진실이다. 구십은 비움이다. 백세는 하나됨이다.
공자는 칠십에서 말을 멈췄다.
2500년 뒤 백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뒤의 문장을 이어 써본다.
七十從心 八十歸眞 九十無我 百歲合天.
골프공 하나를 앞에 놓는다. 욕심을 내려놓는다. 고개를 들어 바람을 읽는다. 멀리 나무와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
백세 골프는 단지 오래 사는 사람들의 골프가 아니다.
잘 늙고, 잘 비우고, 아름답게 돌아가는 사람들의 골프다.
칠십에는 마음을 따라 걷고, 팔십에는 본래의 나에게 돌아가며, 구십에는 나를 비우고 걷는다.
그리고 백세에는, 마침내 하늘과 함께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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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 2026-10-01 18:38:40https://blog.naver.com/macmaca/224424750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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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 2026-10-01 18:38:18유교문화 24절기 추분. 2026년 9월 23일(음력 8월 13일)부터 15일간은 추분(秋分)절기입니다.유교 경전인 예기 월령에서는 추분에 대해 是月也 日夜分(이 달은 낮과 밤이 같고...)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유교에서 가을을 주관하시는 신(神)은 소호(少皥)이십니다. 최고신이신 하느님[천(天)]을 중심으로 하면서, 가을의 하느님이신 소호(少皥). 추분과 춘분은 모두 밤낮의 길이가 같은 시기지만 기온을 비교해보면 추분이 약 10도 정도가 높다고 합니다.이는 여름의 더위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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