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국내 판매에서 현대자동차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주력 레저용 차량(RV)과 전동화 신차의 판매 호조를 발판으로 오랜 기간 이어진 현대차 우위 구도를 흔드는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현대차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면서 역전 가능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9월 국내에서 각각 44만8181대, 43만6301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가 여전히 선두를 지켰지만 차이는 1만1880대에 불과하다.
양사의 내수 격차는 지난 1년 새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1~9월 현대차 국내 판매는 53만5458대, 기아는 41만3942대로 12만대 넘는 차이를 보였다. 올해 같은 기간에는 이보다 11분의 1 수준까지 축소했다. 기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반면 현대차는 16.3% 감소한 결과다.
지난 4월 기아는 1998년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처음으로 월간 내수 판매에서 현대차를 앞섰고, 7월과 8월에도 연달아 현대차보다 많은 차량을 판매했다. 하반기 들어 두 달 연속 현대차를 제치면서 3분기 누적 판매량에서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통상 '아우'로 여겨지던 기아가 '형님'인 현대차를 바짝 추격한 배경엔 복합적인 요소가 자리한다. 기아가 쏘렌토·스포티지·카니발 등 주력 RV와 전동화 라인업으로 성장세를 이어간 사이 현대차는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신차 교체기 등이 맞물리며 판매가 줄었다는 해석이다.
실제 기아 중형 SUV '쏘렌토'는 올해 상반기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Y'를 누르고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기아의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 역시 7만2078대로 전년 동기보다 151.1% 늘며 역대 상반기 최대치를 경신했다. EV3·EV5, 목적기반차량(PBV) PV5 등을 통해 기존 RV 중심의 판매 포트폴리오를 전동화 모델까지 넓힌 게 주효했다.
반면 현대차는 올해 파업에 따른 생산·조업 차질, 신차 교체기 등이 겹치며 판매 부진을 겪었다. 지난 8월 국내 판매는 3만4333대에 그치며 전년 동월보다 41.1% 급감했다. 하반기 들어 '더 뉴 그랜저'와 '디 올 뉴 아반떼' 등 신차를 잇달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앞선 생산 차질에 따른 판매 감소분을 모두 만회하지 못했다.
글로벌 시장 흐름도 비슷하다. 올해 1~9월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288만6763대로 전년 동기보다 7.0% 줄었지만, 기아는 247만8144대로 4.4% 늘었다. 양사 격차는 1년 새 44% 넘게 줄었다.
시장에선 기아가 올해 연간 국내 판매에서 현대차를 넘어설지 주목하고 있다. 연말까지 현재 흐름을 이어갈 경우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위에 오를 공산이 크다. 관건은 4분기다. 현대차가 지난달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고 생산 정상화에 나선 만큼 출고 확대와 신차 효과 등이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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