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지 23년 만에 이라크에서 마지막 미군을 철수시켰다. 미 국방부는 30일(현지시간) 이라크 내 미군 철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2011년 한 차례 철수했다가 이슬람국가(IS)의 급부상으로 2014년 다시 돌아간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이라크 개입은 사실상 한 세대에 걸쳐 이어진 셈이다.
전쟁의 대가는 막대했다. 미국은 이라크에 3조 달러 가량의 전비를 쏟아 부었고, 4500명의 미군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미국은 이라크에 발이 묶인 채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경쟁국들에 집중해야 할 시기를 놓쳤다. 반면 미국이 치른 대가에 비해 성과는 불분명하다.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고, 민주주의 국가 건설 역시 장기간의 혼란을 거쳐야 했다.
형태나마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이라크 민주주의 역시 미군 철수 후에는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 2021년 미군 철수 후 혼란이 닥친 아프가니스탄과 같이 이라크에서도 혼란이 커지고, 이 와중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미국은 1991년 걸프전처럼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신속한 승리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지만 전쟁의 수렁에 빠졌다. 사담 후세인은 전쟁 시작 1년도 안 돼 체포했지만, 미국이 이라크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데는 23년이 걸렸다. 군사적 승리와 전쟁의 종식은 전혀 다른 문제였던 셈이다.
그런 미국이 지금 새로운 전쟁에 또 다른 발이 묶여 있다. 바로 이란이다. 미국은 지난 2월 이스라엘과 함께 자신만만하게 대규모 공습을 시작했고,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를 제거했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8개월째 접어든 전쟁은 당초 주요 안건이었던 이란 핵 개발을 넘어서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및 레바논과 예멘 후티,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얽힌 지역 분쟁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던져야 할 질문은 '얼마나 빨리 이길 수 있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싸우는가, 상대는 무엇을 원하는가, 그리고 승리란 무엇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이라크에서 미국이 놓쳤던 질문이다. 전쟁의 목표와 전쟁 이후의 질서를 제대로 정의하지 않은 채 군사작전에 들어가면,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전쟁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에 알려준 뼈아픈 교훈이다. 다만 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라크전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기까지 23년이 걸렸다면, 이란전의 종전 소식은 과연 언제 듣게 될 것인가. 그 시점이 심히 궁금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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