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무 "대출 사흘 만에 폐업, 신속 집행 빙자한 부실 심사"

  • 허성무 의원, 소진공 자료 분석...경남 올해 7월까지 26곳 폐업

  • 전국 2910곳에 609억원 대출...1년 내 폐업 6732곳·회수율 8.5%

  • "대출 사흘 만에 폐업하기도"...국감서 정책자금 심사체계 질의 예정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 및 폐업 현황사진AI 생성 인포그래픽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 및 폐업 현황[사진=AI 생성 인포그래픽]



경남에서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대출받은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폐업한 업체가 올해 7월까지 26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25곳을 불과 7개월 만에 넘어선 수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창원 성산)은 대출 사흘 만에 문을 닫은 사례까지 확인됐다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정책자금 심사체계를 문제 삼았다.

허 의원이 소진공에서 제출받아 28일 공개한 '정책자금 지원 및 폐업 현황'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직접대출을 받은 뒤 한 달 안에 폐업한 소상공인은 전국 2910곳이다. 이들에게 지급된 정책자금은 608억8000만원에 달했다.

허 의원실이 '대출 직후 폐업'을 들여다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관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으며, 이번 자료 역시 처음부터 대출 이후 단기간에 폐업한 업체를 확인하기 위해 소진공에 요구했다.

의원실은 대출 직후 폐업을 정책자금 심사 과정의 문제와 계획적인 '작업 대출' 가능성이 맞물릴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이런 사례가 발생하면 정작 자금이 급한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정책자금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게 허 의원 측의 판단이다.

대출 사흘 뒤 폐업...상위 5건 모두 올해 집행

실제 올해 6월 4일 혁신성장촉진자금 6000만원을 받은 한 업체는 사흘 뒤인 6월 7일 폐업했다. 폐업 사유에는 프랜차이즈 인기 하락과 손님 감소, 재창업이 적혔다.

4월 29일 같은 금액을 빌린 다른 업체는 일주일 만인 5월 6일 사업체를 매각하고 문을 닫았다.

소진공이 대출액 순으로 추린 초단기 폐업 상위 5건은 모두 올해 집행된 혁신성장촉진자금이었다. 가장 많은 8000만원을 받은 업체는 3월 30일 대출 후 29일 만에 사업장을 매각했다. 3월 11일 6000만원을 받은 업체도 11일 뒤 폐업했다. 5건 가운데 4건의 폐업 사유에는 '매각'이나 '재창업'이 포함됐다.

허 의원실은 사업체 양도·매각이나 폐업, 재창업까지 통상 일정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출 실행 후 사흘에서 일주일 만에 폐업과 매각, 재창업으로 이어진 사례를 볼 때 대출 신청과 심사가 이뤄질 당시 사업 정리가 진행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경남 7개월간 26곳...지난해 연간 기록 추월

2022년 이후 경남에서 정책자금을 받은 뒤 한 달 안에 폐업한 업체는 모두 172곳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는 7월까지 26곳이 문을 닫아 지난해 연간 25곳을 이미 넘어섰다.

부산도 올해 7월까지 28곳으로 지난해 26곳보다 많았고, 울산은 10곳으로 지난해 연간 6곳을 웃돌았다. 2022년 이후 누적으로는 부산 183곳, 경남 172곳, 울산 65곳 등 부울경에서 420곳이 대출 한 달 안에 폐업했다. 전국 2910곳의 14.4%다. 지역별 누적 건수는 경기 819곳(28.1%), 서울 444곳(15.3%)이 가장 많았다.

전국적으로 초단기 폐업 건수는 2022년 1187곳에서 2023년 465곳으로 줄었지만 대출액은 134억5000만원에서 132억2000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한 곳당 평균 대출액이 약 1130만원에서 2840만원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2024년에는 472곳에 123억3000만원, 지난해에는 467곳에 126억8000만원이 지급됐다. 올해는 7월까지 319곳이 대출 한 달 안에 문을 닫았다. 월평균 약 45곳으로 지난해 월평균 39곳보다 많고, 대출액은 이미 92억 원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이 1508곳(51.8%)으로 전체 초단기 폐업 업체의 절반을 넘었다. 서비스업 718곳(24.7%), 도소매업 485곳(16.7%), 제조업 137곳(4.7%) 순이었다. 올해만 놓고 보면 319곳 가운데 음식·숙박업이 192곳(60.2%)이었다.

전체 대출 규모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커진다. 2022년 이후 음식·숙박업에 집행된 직접대출은 1조8866억원으로 전체 7조3720억 원의 25.6%였다. 반면 한 달 안에 폐업한 업체에 지급된 608억8000만원 가운데 음식·숙박업 대출은 322억5000만원(53.0%)을 차지했다.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비교하면 초단기 폐업 대출 비중이 두 배가량 높다.

1년 내 폐업 6732곳...회수율 8.5%

대출 이후 1년까지 범위를 넓히면 폐업 업체는 모두 6732곳으로 늘어난다. 이들에게 지원된 정책자금은 3989억원이다.

이 가운데 회수된 금액은 339억원으로 지원액의 8.5%에 그쳤다. 결손 처리된 금액은 859억 원(21.5%)으로 회수액의 2.5배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764억원을 지원했지만 회수액은 84억원(11%)이었다. 반면 390억 원(51%)이 결손으로 처리됐다. 올해도 7월까지 지원액 368억원 가운데 151억원(41%)이 결손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허 의원은 1년 이내 폐업보다 대출 한 달 이내 폐업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지원 후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영업을 중단했다면 대출 당시 영업 지속 가능성을 심사 과정에서 보다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결손액에 채무조정이나 채권 매각 등이 포함되는지, 결손 비율이 2022년 0%에서 지난해 51%까지 높아진 배경에 대해서는 소진공의 별도 설명이 없었다고 의원실은 전했다.

허 의원실은 채무조정이나 채권 매각액이 결손에 포함돼 있더라도 대출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자생력을 잃고 채무조정이 필요한 상황에 놓인 업체에 정책자금이 집행됐다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장실사 제한적...허성무 “신속 집행 빙자한 부실 심사”

소진공은 대출 신청·심사·약정 과정에서 국세청 조회로 휴·폐업 여부를 확인하고 현장실사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실사가 의무인 경우는 신용 취약 소상공인 가운데 연매출이 일정 금액 이하이거나 점포가 없는 경우, 사실상 휴업이 의심될 때 등으로 제한된다.

대출 후 90일 안에 폐업하면 자금 사용 내역을 점검하는 절차도 운영하고 있다.

허 의원실은 국세청 휴·폐업 조회가 사업자등록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고, 90일 이내 사용 내역 점검 역시 자금 집행 이후 작동하는 절차라는 점을 지적했다. 폐업 가능성을 대출 전에 가려내려면 현재보다 촘촘한 사전 심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 의원은 “대출 3일 만에 문을 닫고 다른 가게를 차리겠다는 업체에 자금을 내어준 것은 신속 집행을 빙자한 부실 심사”라고 비판했다.

대안으로 고용 인원 급감 여부와 4대 보험료 체납, 최근 매출액·공과금 급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사전 선별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차주에게는 채무조정과 점포 철거비 지원, 전업 교육을 묶은 ‘출구 패키지’를 적용하는 방안도 내놨다. 현재처럼 대출과 폐업 이후 희망리턴패키지 등 재기 지원을 별도로 운영하기보다 상환 능력과 회생 가능성을 판단해 필요한 지원으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허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소진공을 상대로 정책자금 심사와 사후관리 문제를 질의할 예정이다. 법 개정이나 관련 예산 반영 여부는 추가 자료 조사를 거쳐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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