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청사 이전을 앞두고 현청사 활용 방안을 둘러싼 해운대구의회의 엇박자가 다시 드러났다.
현청사 활용을 서둘러야 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정작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를 놓고 의원들의 입장이 갈리면서 의회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용역 결과를 먼저 보자’, ‘이전과 동시에 활용하자’, ‘이전과 동시에 착공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세 갈래 주장이 나왔다. 지역의 중대 현안을 놓고 초당적 협치와 조율을 통해 집행부에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야 할 의회가 오히려 내부 이견을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운대구 현청사 활용방안 조속 확정 및 실행계획 수립 촉구 결의안’은 지난 18일 구의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0명 가운데 찬성 13명, 반대 4명으로 가결됐다. 3명은 찬반 어느 쪽에도 기립하지 않았다. 표결 직전 박기훈 의원이 정회를 요청하며 추가 협의를 제안했지만 심윤정 의장은 충분한 숙의가 이뤄졌다는 취지로 표결을 진행했다.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이태희 의원(더불어민주당·우1·중1동)은 현청사 활용 논의가 지나치게 장기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이후 용역과 공모, 주민설명회, 원탁회의 등이 이어졌지만 중장기 활용 방향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청사 이전으로 약 1400명의 인력이 빠져나가는 데 따른 지역경제와 생활권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의안에는 신청사 이전 일정에 맞춘 단계별 실행계획을 비롯해 국가기관 연계 방안, 총사업비와 국·시비 확보 계획, 구비 부담 규모, 운영 주체와 운영비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은 “검토와 논의를 반복할 때가 아니라 결정과 실행으로 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응은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았다. 서창우 의원(국민의힘·좌1·3·4동)은 토론을 통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집행부가 현재 단기·장기 활용방안 용역을 진행하면서 최종안을 조율하고 있는 만큼 용역 결과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라는 주장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결의안이라도 집행부에 대한 불신으로 비칠 수 있고, 상임위원회 업무보고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추진 상황을 충분히 점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김민정 의원은 현청사 활용 자체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5분자유발언을 통해 신청사 이전과 동시에 현청사의 단기 활용이 가능하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주민의 뜻을 묻는 절차는 이미 지난 5년간 충실히 거쳐왔다”며 장기간 논의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실행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981년 지어진 현청사가 장기간 비어 있을 경우 하루 1000명 안팎의 이용객이 빠져나가 주변 상권과 주민 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결의안에 반대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청사 활용을 주제로 5분자유발언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태희 의원에게 사전에 알리고 양해를 구했다는 것. 본회의를 며칠 앞두고 자신의 발언 내용과 상당 부분 겹치는 결의안이 상정되면서 의장실을 찾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집행부가 이미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의안에 담긴 국·시비 확보 요구 등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 의원과 자신의 입장은 분명히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민의힘 해운대갑 당협의 입장 역시 또 달랐다. 당협은 신청사 이전과 동시에 현청사 활용 공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 행정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는 쪽이다. 신청사 이전으로 하루 1000명 안팎의 이용객이 빠져나가면 주변 상권이 곧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2028년 이전 시점에 맞춰 착공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협 역시 의회 결의안의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구가 이미 용역과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의회가 별도의 결의안까지 통해 다시 촉구할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다.
문제는 현청사 활용을 서둘러야 한다는 큰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의회와 당협, 의원들이 각각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결의안 발의와 5분자유발언은 별개의 절차로 진행됐고, 본회의 표결에서도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입장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현청사 활용을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별개라는 점도 확인됐다.
물론 개별 의원이 지역 현안에 대해 독립적인 판단을 하는 것 자체는 의정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해운대구청사처럼 지역경제와 주민 생활, 수백억 원대 재정 부담이 걸린 장기 현안이라면 의회가 충분한 소통과 조정을 거쳐 최소한의 공동 입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이 의회의 역할이라면, 지역 현안에 대해서는 정당과 계파를 넘어 주민에게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명확한 메시지를 제시하는 것도 의회의 책임이다. 이번 사안을 두고 구의회가 보여준 모습은 ‘각자의 목소리’는 있었지만 ‘의회의 목소리’는 선명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현청사 활용 문제는 건물 하나의 용도를 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주변 상권과 주민 생활권, 구 재정, 운영비 부담, 향후 도시공간 재편이 함께 걸려 있다. 현재 검토 대상은 복합문화플랫폼과 복합주차시설 등으로 압축됐지만 사업비와 운영 주체, 운영비 부담, 국·시비 확보 방안 등 핵심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올해 12월 기본구상 수립 용역을 마치고 내년 2월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6월 단기 활용시설 운영 부서를 확정하게 된다. 실제 시설 운영 시점은 신청사 이전 이후인 2028년 6월께로 잡혀 있다.
재원 마련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 18일 본회의에서 현청사 활용을 두고 여러 목소리가 나왔지만 총사업비 추정치나 기금 적립 규모를 꺼낸 발언은 없었다. 기금 조성이 5년째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은 심윤정 의장이 앞서 내놓은 바 있다.
결국 관건은 오는 12월 용역 결과를 어떻게 실행계획으로 연결하느냐다. 용역을 기다릴 것인지, 이전과 동시에 단기 활용에 들어갈 것인지, 이전과 함께 본사업 착공을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무엇보다 지역 현안을 둘러싼 의회 내부의 이견을 ‘누가 옳으냐’의 문제로만 볼 일은 아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의회의 정상적인 기능이지만, 그 의견을 조율하고 주민을 위한 공동 해법으로 만들어내는 과정 역시 의회의 몫이다.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속도와 순서에 대한 입장을 먼저 모으지 못한 채 12월 용역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면, 의회의 요구는 또다시 여러 갈래로 흩어질 우려가 크다. 5년 넘은 논의를 실제 사업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의회 안에서부터 단일한 조율을 이뤄내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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