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 '전기료 선결제' 없던 일로…삼성·SK, 한전 제안 거절

  • 삼성 20조·SK 5조 5년치 요금 선납안…이자 혜택에도 비용 선집행 부담

  • 용인·호남 반도체 전력망 재원 확보 숙제…한전 2038년까지 72.8조 투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전력이 제안한 25조원 규모의 '전기료 선결제'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으로 실적이 크게 뛰었지만 5년치 전기요금을 미리 지급해 전력망 투자 재원으로 묶어두는 것은 향후 설비투자와 업황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전의 전기요금 선납 제안을 내부 검토한 뒤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이 제안한 금액은 삼성전자 20조원과 SK하이닉스 5조원이다. 지난해 두 회사가 각각 납부한 전기요금 약 4조1000억원과 9000억원을 토대로 향후 5년치 비용을 산정했다. 한전은 이 돈을 용인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송·변전망 구축에 우선 투입할 계획이었다.

기업에 돌아가는 혜택도 제시됐다. 선납금에 2년 만기 국고채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적용하고 이를 반기마다 전기요금에서 차감하는 방식이다. 양사 입장에서는 전력망의 적기 구축 가능성을 높이면서 이자 수익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반도체 회사들은 전력망 확보와 재무 운용을 별개의 문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AI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메모리 산업은 업황 변동폭이 큰 데다 양사 모두 국내 생산시설 증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만 40조원 후반대로 예상하고 있으며 용인 1기 팹에는 별도로 약 21조6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회사가 실적 호조 속에서도 '투자 효율성과 재무 건전성을 함께 고려한다'는 원칙을 반복해 강조한 것도 5년치 고정비를 한꺼번에 선납하기 어려운 배경으로 읽힌다.

전기료 선납안이 무산되면서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건설 재원 마련은 다시 한전과 정부의 과제로 남게 됐다. 한전은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2038년까지 송·변전망에 72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반면 올해 6월 말 부채는 210조7000억원에 달한다. 하루 이자 부담만 115억원 수준이다.

전력 공급 자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국내 투자 일정과 직결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장기적으로 10GW 안팎의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반도체특별법을 통해 전력망 등 기반시설에 대한 국가 지원 근거를 마련한 상태다.

특히 지난달에는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한전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초기 전력 공급설비 비용을 공공과 민간이 분담하는 데 합의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전력 인프라 비용 분담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 결정은 별도 인프라 분담금과 달리 장래 영업비용인 전기요금 25조원을 먼저 지급하는 방식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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