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은 읽기 어렵습니다. 내 집 마련 역시 어렵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려운 ’부’동산 ’바’로보기는 거기서 출발합니다.
오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다. 금리 인상 소식이 나오면 시선은 곧바로 집값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날 결정은 부동산 하나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6월 소비자물가는 3.2%까지 올랐고, 올해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인 2.6%를 큰 폭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환율 변동성과 수도권 집값, 가계부채 증가까지 겹쳤다. 한국은행은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높은 환율 변동성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 및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에 계속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다. 여러 목표를 고려한 이번 인상이 정작 집을 사고파는 시장에서는 어떻게 작동하느냐. 미리 말하면 시장의 통념과 실제로 먼저 벌어질 일 사이에는 제법 큰 틈이 있다.
금리를 올려도 집값이 곧바로 꺾이진 않는다
통념은 단순하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가 무거워지고, 빚을 내 집을 사려던 사람이 줄어 값이 내린다. 하지만 과거 인상기에도 집값이 곧바로 꺾인 것은 아니었다.
이번을 제외하면 지난 20여 년간 한국은행의 주요 정책금리 인상기는 네 차례였다. 2005~2008년, 2010~2011년, 2017~2018년, 그리고 2021~2023년이다. 앞선 세 차례 인상기에도 전국 또는 서울의 대표 집값 지표는 상당 기간 상승세를 이어갔다. 중앙은행은 대개 경기와 자산가격이 달아오를 때 금리를 올린다. 인상 초기에는 기존 상승 동력이 더 강하고, 금리의 충격은 인상폭이 쌓인 뒤에야 뚜렷해진다.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면 집값이 더 가파르게 올랐을 가능성도 있다.
금리 인상의 충격이 가격 하락으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것은 2021년부터 2023년 초까지 이어진 직전 인상기였다. 한국은행은 2022년 한 해에만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올렸다. 인상폭이 쌓이고 대출 여건과 가격 상승 기대까지 한꺼번에 꺾이자 전국 아파트값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내렸다(KB부동산 기준). 금리가 힘이 없는 게 아니라 방향보다 속도와 누적폭이 관건인 셈이다.
이번 인상은 0.25%포인트다.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을 비롯한 핵심지는 이 정도 인상에 특히 둔감하다. 이 지역 아파트값은 이미 주택담보대출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서울에는 차주가 빌릴 한도와 은행이 내줄 대출을 함께 죄는 규제가 겹겹이 걸려 있다.
그만큼 현금이나 주식 매각대금 같은 자기자금의 비중이 커진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4월 주식·채권 매각대금 3조7255억원이 주택 구입에 쓰였다. 이 가운데 65.5%인 2조4396억원이 서울로 들어왔고, 강남 3구에만 약 1조원이 몰렸다.
물론 이런 매수세도 금리와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다. 금리는 주식·채권 가격과 예금 이자, 갈아타기 수요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다만 이번 0.25%포인트 인상만으로 기존의 상승 기대를 뒤집기에는 이런 경로가 느리고 약하다.
그렇다고 시장이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금리가 오르면 가격보다 거래가 먼저 줄고, 대출 의존도가 높은 매수자와 외곽·중저가 시장부터 흔들린다. 서울 핵심지의 호가가 버티더라도 거래량과 매수자 구성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공급 부족까지 겹친다. 서울의 새 아파트 준공은 올해 1~5월 전년 동기보다 40% 넘게 줄었다. 새 집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는 한 금리의 제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자는 이미 오르고 있다
금리가 집값과 무관하다는 말은 아니다. 국토연구원이 한국부동산원 아파트매매가격지수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의 기여도는 대체로 모든 시기에 50~60%로 가장 컸다. 그렇다고 집값의 절반을 금리 하나가 결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분석에 넣은 여러 요인 가운데 금리의 힘이 가장 강했다는 의미다. 그 힘도 한 차례 인상이 아니라 금리가 얼마나 빠르게, 어느 수준까지 오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은 주택대출 금리의 전달 속도가 빠른 편이다. 변동형과 일정 기간 뒤 금리가 다시 정해지는 혼합형 대출이 많아 시장금리가 오르면 차주의 이자 부담으로 비교적 빨리 번진다.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 주류인 미국보다 완충장치가 약하다. 집값을 꺾는 힘은 더뎌도 이자를 늘리는 힘은 빠르다.
시장은 이번 인상을 몇 달 전부터 예상했고, 은행채와 예금금리가 먼저 올랐다. 은행이 돈을 구하는 값이 오르면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인 코픽스가 따라 오르고, 다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른다.
실제로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05%로 1년 5개월 만에 3%를 넘었고, 4월부터 석 달째 상승했다. 5대 은행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도 7% 안팎까지 올라와 있다. 변동금리 차주의 부담은 대출금리가 다시 매겨지는 시점에 따라 앞으로 더 번진다.
부담을 숫자로 옮기면 이렇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 관련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전체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조8000억원 늘어난다. 차주 한 명당 평균 부담은 584만3000원에서 613만9000원으로 약 30만원 증가한다.
시장에서는 “0.25%포인트짜리 인상이 무슨 영향이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집값에는 아직 조용할지 몰라도, 빚을 갚는 통장에는 이미 시끄럽다.
진짜 멍은 짓는 쪽이 든다
금리 인상이 누르는 것은 집을 사려는 쪽만이 아니다. 집을 짓는 쪽도 함께 누른다. 시장에서 가장 덜 다뤄지지만 뒤끝은 가장 길다.
집을 짓는 개발사업은 토지비와 공사비의 상당 부분을 빌려 조달한다. 이른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다. 시행사가 사업을 추진하고 건설사는 책임준공이나 보증으로 얽히는 구조다. 금리가 오르면 빌린 돈의 이자가 불어나 사업의 셈이 어긋난다.
여기에 공사비까지 뛰었다. 2020년을 100으로 잡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5월 130대 후반까지 올랐다. 금융비용과 자재·인건비가 동시에 오르니 사업성이 낮은 현장부터 삽을 뜨지 못한다.
2023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당시 고금리로 착공이 줄어드는 경로가 그해 성장률을 0.3%포인트, 이듬해 성장률을 0.4~0.5%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집을 덜 짓는 것은 건설사만의 손실로 그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한 바퀴 돈다. 서울 집값을 떠받치는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가 새 집 부족이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 새 집을 짓는 사업의 착공도 늦어진다. 당장은 집을 사려는 수요를 줄이더라도 몇 년 뒤에는 공급 부족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오늘 집값을 누르려던 금리가 내일 집값을 안정시킬 새 집까지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멍은 지방에서 가장 짙게 든다. 5월 말 전국 미분양 6만5239가구 가운데 4만6638가구가 지방에 있다. 더 심각한 준공 후 미분양은 2만9350가구 중 83%가 지방 몫이다.
미분양이 쌓이면 사업자의 현금이 마르고 공사와 신규 착공이 늦어진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금융비용은 더 불어나 손실이 커진다. 금리 인상은 이 악순환에 부담을 더한다.
금리는 전국에 똑같이 적용되지만 과열의 중심은 서울에 몰려 있다. 정작 서울 핵심지는 금리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서울보다 지방과 공급 현장에 충격이 먼저 번지는 구조다.
금리 하나로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
정리하면 이렇다. 이번 인상만으로 서울 집값의 방향을 돌리기는 어렵지만, 차주의 이자는 늘고 사업성이 낮은 현장의 착공은 더 어려워진다.
기준금리는 물가와 성장, 환율과 금융안정을 함께 보는 도구다.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도 이번 결정의 이유였지만, 전국에 똑같이 적용되는 금리 하나로 서울의 공급 부족과 핵심지 쏠림까지 바로잡을 수는 없다. 가격의 방향을 바꾸려면 세제와 대출규제,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에 새 집을 짓는 공급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러니 오늘의 인상은 이렇게 읽어야 한다. 이번 0.25%포인트만으로 서울 집값이 잡힐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시장이 곧 무너질 것이라 걱정하는 것도 성급하다. 집값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곳은 차주의 통장과 착공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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