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개헌과 선관위 개혁, 그리고 사전투표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불법 계엄이 최근까지 일어났다. 방벽을 세우지 못해 후회스럽다."

우원식 전 국회의장이 약 한 달 전 임기를 마치고 떠나면서 남긴 말이다. 이는 개헌안의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국회는 지난달 초 본회의에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투표에 참여한 의원 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이 선언됐다. 우 전 의장은 다음 날 본회의를 열어 개헌안 등 안건을 직권으로 상정하려고 했으나 국민의힘이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면서 철회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6·3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의 동시 진행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개헌안을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 목적이라고 몰아붙이면서 반대한 국민의힘의 발목 잡기가 국민투표 무산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지방선거 전 성급한 추진과 정치적 타협 실패 등 더불어민주당도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오히려 비상계엄 선포 권한 통제 문제만을 먼저 처리하고, 통치 구조 개편을 뒤로 미뤄 역설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시민사회의 비판도 제기됐다. 

이제 지방선거도 치른 만큼 여야는 개헌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하반기 원 구성도 중요하지만 개헌을 논의하기 위한 절차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우 전 의장에 이어 하반기 국회를 이끌기 위해 이달 초 선출된 조정식 국회의장도 "국민 주권을 실현하고 효능감 있는 책임 정치를 만들 개헌이 필요하다"면서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헌보다 더 우선해 해결해야 할 것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대대적 개혁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우리 유권자들은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 제시간에 투표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아예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사례도 목격했다. 그러한 사태를 직접 겪었다고 상상해 보면 정말 분통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최근 선관위발로 벌어진 일련의 상황이 드러난 것은 2022년 대통령선거 당시 충격을 줬던 '소쿠리 투표' 사태가 결코 실수가 아니었음을 만방에 확인해 준 꼴이 됐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부실하게 운영되는 선관위를 바로잡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우선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엄정한 수사를 진행해 책임자가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공직선거법, 선거관리위원회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고, 대통령이 언급했던 '원포인트 개헌'도 고려할 수 있다. 허술하기 그지없던 투표 관리를 탓하며 지방선거 때 개표소로 사용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 모여든 시민들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선관위 개혁을 논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사전투표 폐지 주장은 반대한다. 사전투표 제도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3년 도입된 이후 그동안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포함해 우리 민주주의를 든든히 받쳐주는 역할을 해왔다. 우리 정치를 성숙하게 하는 순기능을 없애려는 시도는 참정권을 행사하기 더 어렵게 만들자는 의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정치권의 얼토당토않은 방안은 지금의 핸드볼경기장 인근보다 더 큰 장소로 시민들을 모이게 할 수 있을 정도의 공분을 일으킬 것이다. 다만 선관위 노조가 제안한 본투표를 이틀 동안 진행하는 방안은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투표 제도에서 참정권 기회를 후퇴시키는 시도는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앞으로 개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선관위 개혁은 강도 높게 진행돼야 한다. 사전투표의 효용은 절대 침해돼서는 안 된다.  
 
정해훈 법조·탐사팀 차장
정해훈 정치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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