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日 팬들 32강 '숙소 전쟁'… 조 순위 따라 '경우의 수' 7곳

  • 3위 통과 땐 보스턴·뉴욕 등 5곳 후보

  • 선수들은 "스웨덴전 승리뿐"

지난 21일현지시간 북중미 월드컵 F조 경기에서 일본이 튀니지를 4대0으로 꺾자 현지를 찾은 일본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시간) 북중미 월드컵 F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일본이 튀니지를 4대0으로 꺾자 현지를 찾은 일본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일본 축구대표팀 팬들이 항공권과 숙소 예약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일본이 토너먼트에 오르더라도 조별리그 최종 순위에 따라 첫 경기가 열리는 도시가 달라지는 탓이다. 특히 3위로 통과하면 다른 조 결과까지 지켜봐야 해 개최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현지 응원단은 항공권과 숙소를 확정하지 못하고, 일본 내 지방자치단체도 단체 응원 행사 준비에 애를 먹고 있다.

일본 대표팀은 한국시간 26일 오전 8시 스웨덴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는 본선 참가국이 종전보다 16개 늘어 48개국으로 치러진다. 12개 조의 각 상위 2팀에 3위 중 성적이 좋은 8팀을 더한 32개국이 토너먼트에 오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이 조 1위로 통과하면 32강전은 멕시코 몬테레이, 2위로 올라가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3위 통과 때는 다른 조 결과에 따라 보스턴·뉴욕·샌프란시스코·밴쿠버·멕시코시티 등 5개 도시 중 한 곳으로 정해진다.

문제는 경기장이 각 조 순위가 모두 확정된 뒤에야 정해진다는 점이다. 1위나 2위 통과라면 후보지가 비교적 좁혀지지만, 3위로 올라갈 경우 다른 조 결과까지 기다려야 한다. 현지에서 다음 경기까지 따라가려는 팬들로서는 숙소와 항공권을 섣불리 확정하기 어렵다.

닛케이에 따르면 효고현에서 언니·딸과 함께 현지 응원에 나선 주부 마스다 메구미 씨(63)는 일본의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관전하고, 결승까지 오를 경우 쓸 수 있는 조건부 티켓도 미리 사뒀다. 1위나 2위 통과에 대비해 몬테레이와 휴스턴 주변 숙소도 무료 취소가 가능한 곳으로 임시 예약했다. 그러나 3위로 올라가면 개최지 후보가 5곳으로 늘어 숙박 장소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그는 "항공권 등 이동수단은 직전까지 예약하기 어렵다"며 "매진되거나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정이 불투명한 탓에 일본 내 단체 응원 행사 준비도 쉽지 않다. 대형 화면으로 경기를 함께 보는 퍼블릭뷰잉을 준비하려면 경찰·소방 등 관계기관과의 조율이 필요한데, 32강전 시간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이 1위로 통과하면 32강전은 일본시간 30일 오전 10시, 2위면 같은 날 오전 2시에 열린다. 3위 통과 때는 다른 조 결과에 따라 경기 시간이 다섯 갈래로 갈린다. 네덜란드전에서 골을 넣은 나카무라 게이토의 고향인 지바현 아비코시는 조별리그 때 퍼블릭뷰잉을 열었지만, 32강전은 아직 개최 여부를 정하지 못했다. 시 담당자는 닛케이에 "순위가 확정되는 대로 관계기관과 협의해 퍼블릭뷰잉 개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숙소와 일정 걱정과는 별개로, 어느 팀과 만나느냐를 둘러싼 대진 계산도 뜨겁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이 조 1위로 올라가면 모로코, 2위로 올라가면 브라질, 3위가 되면 프랑스와 맞붙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팬들 사이에서는 "브라질은 평가전에서 이긴 적이 있고 이동도 편하니 2위가 낫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사전 캠프를 치른 몬테레이에서 좋은 기억이 있으니 1위가 낫다"는 의견도 있다.

정작 선수들은 이런 계산과 거리를 둔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주장 이타쿠라 고는 "여러 경우의 수가 나오지만 원하는 대진을 위해 순위를 조절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매 경기 승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테랑 나가토모 유토도 "1위로 통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상대가 어디가 되느냐보다 우리가 쌓아온 축구로 이기고, 그 기세로 결선 토너먼트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공격수 마에다 다이젠 역시 "(중요한 것은) 스웨덴전을 이기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독일을 꺾고도 2차전 코스타리카에 패해 고전한 경험이 있다. 당시 패배의 기억이 남아 있는 만큼, 대표팀 안에서는 대진 계산보다 스웨덴전 승리가 먼저라는 인식이 강하다. 48개국 체제로 커진 월드컵은 더 많은 팀에 기회를 줬지만, 팬들에게는 마지막까지 항공권과 숙소를 확정하기 어려운 새 고민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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