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고재판소, 구 통일교 해산명령 확정… "조직적 고액헌금 관여"

  • 민법상 불법행위 근거 종교법인 해산 첫 사례

  • 아베 피격 뒤 사회문제화… 법인격 잃고 청산 절차 계속

일본 도쿄에 있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 본부 입구사진AFP연합뉴스
일본 도쿄에 있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 본부 입구[사진=AFP연합뉴스]


일본의 최고 법원인 최고재판소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이른바 구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을 확정했다. 고액 헌금 권유로 다수의 피해자가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는 과정에 교단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법상 불법행위를 근거로 종교법인 해산이 확정된 것은 일본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고재판소는 22일 자 결정에서 구 통일교 해산을 명령한 도쿄고등재판소 결정을 유지하고, 교단 측 특별항고를 기각했다. 이번 결정은 재판관 4명의 전원일치 의견이었다.

해산명령은 지난 3월 도쿄고등재판소 결정 이후 이미 집행 단계에 들어갔다. 아사히신문은 법원이 선임한 청산인이 교단 재산을 정리해 피해자에게 변제하는 절차가 시작됐으며, 이번 최고재판소 결정으로 청산 절차가 중단될 가능성도 없어졌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교단이 종교법인격을 유지할 길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일본 종교법인법은 종교법인이 법령을 위반하고 공공복지를 현저히 해쳤다고 명백히 인정될 경우 법원이 해산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령 위반을 근거로 종교법인 해산이 확정된 것은 지하철 사린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공양료 사기 사건의 명각사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선 두 사례는 간부들의 형사책임이 근거였지만, 이번에는 민법상 불법행위가 처음으로 해산명령의 근거가 됐다.

최고재판소는 교단 신자들이 1973년부터 2022년까지 불법적인 헌금 권유를 계속해 다수에게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최고재판소는 이 같은 행위가 세계 각국에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교단 창시자 등의 방침 아래 이뤄졌고, 교단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또 교단이 부당한 헌금 권유를 막을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향후 피해가 계속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아사히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는 1980년대 이후 헌금 피해자가 1500명 이상, 피해액은 약 204억 엔에 달한다고 인정했다. 도쿄고등재판소도 2009년 '컴플라이언스 선언' 뒤에도 교단의 헌금 수입 목표가 약 500억 엔으로 거의 달라지지 않았고,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목표액의 80%에서 90%를 실제로 거둬들였다는 점 등을 들어 불법적인 헌금 권유가 계속됐다고 판단했다.

교단 측은 해산명령이 신앙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일본 헌법 20조와 21조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교단 측은 예배·집회 시설 등 재산이 처분되고 직원들이 해고될 경우 조직 차원의 종교활동을 이어갈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최고재판소는 해산명령이 신자들의 종교행위 자체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예배시설 처분 등으로 종교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 영향은 해산명령에 따른 "간접적이고 사실상의 영향"에 그친다고 봤다. 최고재판소는 교단과 신자들에게 미칠 정신적·종교적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종교법인격 박탈은 "필요하고 부득이하다"고 결론 내렸다.

구 통일교 논란은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건을 계기로 일본 사회 전면에 부상했다. 살인죄 등으로 기소된 야마가미 데쓰야 피고는 어머니가 구 통일교 신자였고, 고액 헌금으로 가정이 무너져 교단에 원한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자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치권과 교단의 접점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파장이 확산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 이후 종교법인법에 근거해 구 통일교를 조사했고, 문부과학성은 2023년 10월 도쿄지방재판소에 해산명령을 청구했다. 도쿄지방재판소는 지난해 3월 해산명령을 내렸고, 올해 3월 도쿄고등재판소도 이를 유지했다. 이번 최고재판소 결정으로 구 통일교의 종교법인 해산은 최종 확정됐다.

다만 해산명령이 교단의 종교활동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교단은 종교법인격을 잃어 세제상 우대와 법인 재산 관리 권한을 상실하지만, 법인격 없는 종교단체로 활동을 이어갈 수는 있다. 일본 사법부가 신앙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고액 헌금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법인격 박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