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내 비축유 20% 방출... 다카이치, IEA 결정 전 표명

  • 유가 급등, 엔화 약세 지속... 소매가격은 4주 연속 상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중동 정세 악화에 대응해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비축유를 공조 방출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회원국 중 가장 먼저 국가 비축유 방출을 공식화하며 에너지 수급 안정에 나섰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11일 밤 IEA의 공식 발표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비축 전체의 21%에 해당하는 1개월분과 민간 비축 15%인 15일분을 합쳐 총 8000만 배럴(45일분)을 이르면 16일부터 방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1978년 제도 창설 이후 일본이 국제 공조의 선봉에 서서 국가 비축분을 선제적으로 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카이치 정부의 이 같은 결단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11일째를 맞아 원유 수입량 급감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시장의 불안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원유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한국과 함께 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른 타격이 가장 큰 국가 중 하나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달 하순 이후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가 대폭 감소할 전망"이라며 "석유 제품 공급에 한 치의 차질도 없도록 G7 및 IEA와 공조하며 가용한 모든 비축량을 활용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비축유 방출과 함께 국내 연료 가격 억제를 위한 전방위적 가격 급등 완화 조치에도 착수했다. 휘발유 소매 가격이 리터당 200엔을 넘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전국 평균 가격을 170엔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정유 업계 최대사인 에네오스(ENEOS)가 12~18일 출하분 도매가를 리터당 26엔 인상한다고 11일 통보하는 등 전방위적 가격 압박이 현실화되자 정부는 오는 19일 출하분부터 정유사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보조금 대상에는 휘발유뿐만 아니라 경유, 중유, 등유도 포함됐다. 재원은 기존 연료 보조 기금 잔액 2800억엔을 우선 활용하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예비비 투입 등 추가 지원 방안도 유연하게 검토할 방침이다.

 

에너지발 물가 상승이 일본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핫토리 나오키 미즈호 리서치&테크놀로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원유 고공행진은 전기료와 운송비 등 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며 "물가가 오르면 실질 임금이 감소해 소비자 심리가 악화될 수 있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 시장에서는 물가 압박에 따른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관측이 나오지만, 도쿄스타은행 관계자는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워낙 강해 일본은행이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조기 인상에 신중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집권 자민당은 에너지와 식료품의 공급망 보호를 위해 정부가 직접 선박 보험을 인수하는 ‘재보험 제도’ 신설을 제안했다. 보험료 급등으로 해상 수송이 마비될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일본 해운 3사의 통합 법인인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NE)가 연료비 급등에 따른 긴급 유류할증료 도입을 결정하는 등 물류 현장의 비용 압박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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