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집약체' 된 자동차… 토요타, 롬 인수로 '수직 통합' 승부수

  • 덴소, 1조 3000억 엔대 메가 딜로 설계부터 생산·장착까지 일괄 체제 구축

  • 테슬라·BYD 자사 개발 열풍 속 '일본 반도체 최후 보루' 사수 위한 선제 조달

사진덴소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덴소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6일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가 일본 전력 반도체업체인 롬(ROHM)에 대한 인수 제안을 공식화하면서 일본 전력반도체 업계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토요타자동차 그룹의 핵심 기업인 덴소는 롬 지분 전체 인수를 위해 약 1조 3000억 엔(약 12조 2000억 원) 규모의 주식 공개매수(TOB)를 제안했다. 이번 제안은 롬이 기존 파트너인 도시바와의 동맹 관계를 사실상 청산하고, 토요타-덴소 측으로 ‘진영 이동’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일본 전력반도체 업계의 구조 재편이 본격적인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이번 인수전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토요타 그룹의 생존 전략인 ‘반도체 수직 통합’이 본격적으로 가동됐다는 점에 있다. 덴소는 토요타 그룹 내에서 자동차의 전장 부품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다. 덴소가 롬을 산하에 두게 되면 반도체의 설계부터 생산, 그리고 실제 차량에 장착하는 공정까지 일괄적으로 담당하는 수직 통합 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는 테슬라가 자율주행용 칩을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폭스바겐이 중국 합작사를 통해 반도체 개발에 나선 것과 궤를 같이하는 전략이다. 과거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이 “자동차는 반도체의 집약체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듯, 반도체를 제어하는 자가 자동차 시장을 제어하는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극적인 재편 움직임의 막후에는 기존 동맹이었던 도시바와 롬 사이의 치명적인 신뢰 균열도 한몫했다. 닛케이는 “도시바 자회사가 지난해 8월 중국 업체와 기술 협력을 발표하자, 롬 측이 기술 유출을 우려해 강력히 반발하며 협의가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도시바가 한 달 만에 중국과의 계약을 파기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덴소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롬의 지분을 꾸준히 매집해 왔다. 실제 덴소는 2025년 봄부터 롬에 자본 제휴 강화를 제안해 왔으나, 당시 롬은 도시바와의 관계를 고려해 답변을 유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덴소는 결국 이번 전격적인 인수 제안을 통해 토요타 그룹의 안정적인 반도체 조달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일본 정부와 업계가 이번 합종연횡을 서두르는 이유는 중국의 무서운 추격 때문이다. 중국의 BYD와 화웨이는 이미 자체적인 반도체 개발 체제를 갖추고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프랑스 조사회사 욜 그룹에 따르면, 2030년까지 차량 1대당 반도체 비용은 1332달러로 2024년 대비 1.8배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하면 세계 1위인 독일 인피니온이나 지난해 판매액을 52%나 늘린 중국의 BYD를 상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일본 기업들을 재촉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덴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인수를 “일본 반도체의 마지막 보루에 대한 미래가 걸린 이야기”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인수의 실효성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전문가를 인용해 “롬은 데이터센터 등 자동차 이외의 분야에도 강점이 있어 덴소와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을 전했다. 롬은 지난 회기연도 최종손익이 약 500억 엔의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12년 만에 적자 전환하며 경영 재건이 시급한 상황이다. 롬이 덴소의 제안을 받아들여 토요타의 전략적 파트너가 될 것인지 아니면 도시바와의 연합을 유지할 것인지에 따라 일본, 나아가 글로벌 전력반도체 시장의 패권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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