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1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 공연은 단순한 대중음악 행사가 아니다. 전 세계 수많은 팬이 현장을 찾고, 수억 명이 온라인으로 지켜볼 것이다. 그날의 서울은 하나의 무대이자 대한민국의 얼굴이 된다. 우리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화려한 무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질서와 배려, 성숙한 시민의식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국격은 완성된다.
서울경찰청이 최대 26만 명 운집을 가정해 ‘스타디움형 인파관리’ 방식을 도입하고, 광화문·경복궁·시청역 무정차 통과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예고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세종대로와 인근 도로의 통제, 인파 위험도에 따른 4개 구역 분리, 외곽 인파관리선 설정은 위험을 구조적으로 낮추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 예매, 암표 거래, 성범죄와 절도 등 전반적 치안 대응 역시 필수다. 안전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경찰의 행사’가 아니다. 공권력만으로는 광장의 품격을 완성할 수 없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대한민국은 대규모 인파를 ‘통제’하는 나라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가는’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
광화문은 상징의 공간이다. 조선의 궁궐 앞마당이었고, 민주주의의 촛불이 타올랐던 자리이며, 세계인이 찾는 관광지다. 그 공간에서 열리는 K팝 공연은 산업과 문화, 민주주의와 시민성이 교차하는 장면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총체적 시민의식의 설계’다.
첫째, 시민단체와 자원봉사자의 조직적 참여가 필요하다. 단순 안내 요원이 아니라 질서 유지와 응급 대응, 외국인 관람객 지원을 담당하는 ‘시민 안전 파트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각 구역에 다국어 안내 자원봉사자를 배치하고, 응급 상황 대응 교육을 사전에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경찰의 부담을 덜고 시민 스스로 광장을 지키는 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둘째, 관람객을 ‘관리 대상’이 아니라 ‘책임 있는 주체’로 세워야 한다. 공연 홍보 단계에서부터 “우리가 대한민국의 얼굴이다”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입장 동선 준수, 쓰레기 되가져가기, 긴급 상황 시 통로 확보 등 구체적 행동 지침을 사전에 공유하고 현장에서도 반복 안내해야 한다. 세계가 지켜보는 행사에서 무질서한 모습은 곧 국가 브랜드의 손실로 이어진다.
셋째, 문화와 안전을 결합한 현장 설계가 필요하다. 단순한 차단선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명확한 동선 안내, 휴식 공간의 합리적 배치, 의료·분실물 센터의 접근성 강화 등 세밀한 디자인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형 전광판을 활용해 실시간 인파 상황과 이동 안내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술과 시민성이 만날 때 안전은 효율을 넘어 신뢰가 된다.
넷째, 사후 평가까지 포함한 ‘국가적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공연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말고, 대규모 도심 행사 관리의 모범 사례로 체계화해야 한다. 이는 향후 국제행사와 국가적 집회 관리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안전은 기본이다. 그러나 기본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광화문 공연은 ‘사고 없는 행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서로를 배려하는 질서, 공공 공간을 존중하는 태도, 자발적 참여로 완성되는 공동체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 그날 광화문에서 빛나야 할 것은 무대 위 조명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시민의 품격이어야 한다.
세계는 음악을 들으러 오지만 기억하는 것은 도시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태도다. 우리는 이미 여러 위기를 통해 배웠다. 안전은 제도와 장비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성숙한 시민의식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안전 장치다.
광화문은 시험대가 아니라 기회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성숙한 공동체인지 스스로 증명할 기회다. 경찰과 지자체, 주최 측, 시민단체, 그리고 관람객 한 사람 한 사람이 함께 만드는 무대. 그 무대 위에서 우리는 음악을 넘어 국가의 품격을 노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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