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보도연맹 사건' 각하 결정 위법 판결...법원 "불법성 여부 확인했어야"

  • 사형 판결문 있어도 실제 집행 여부 불투명... "재조사 통해 진실 밝혀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사망 원인에 대한 면밀한 조사 없이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신청을 각하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단순히 사형 판결 기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공권력에 의한 희생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양순주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A씨의 유족이 진실화해위를 상대로 낸 이의신청 기각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측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족들은 A씨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 사건으로 행방불명됐다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2023년 "A씨가 보도연맹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대전에서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고 판단된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A씨가 1951년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판결문이 발견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A씨가 형무소 기록상 '사망 출소'한 사실을 새롭게 확인하고, 기존의 진실규명 결정을 취소함과 동시에 사건을 결정 취소 및 각하 처분했다. 사실관계가 틀렸으므로 더 이상 조사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진실화해위가 기존 결정을 취소한 조치는 타당하지만, 구체적인 재조사 없이 사건 자체를 각하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거로 A씨의 판결문에 판결 이유가 생략된 점과 형무소 기록의 불일치를 꼽았다. 실제 사형이 집행됐다면 기록에 '사형 출소'라고 기재되어야 함에도 '사망 출소'로 적힌 점을 미루어 볼 때, 사형이 실제로 집행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유족들이 과거 A씨가 지서에서 구타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진술, A씨의 형제 역시 군경에 의해 희생된 점 등을 종합할 때 유족의 신청 내용이 명백한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민간인들이 좌익으로 오인받아 즉결 처형되거나 비정상적인 군법회의에 회부되는 사례가 빈번했다는 역사적 배경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진실화해위는 재조사를 통해 사망의 구체적인 이유와 시간, 가해자, 공권력 행사의 불법성 여부를 명확히 확인했어야 한다"며 "이러한 과정 없이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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