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대통령이 외국 가수의 공연을 두고 “역사적 사건”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흔치 않다.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멕시코시티 공연을 향해 환하게 웃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의 표정이 상징적으로 읽힌 이유다. 그러나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티켓 예매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불과 일주일 만에 상황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문제는 좌석 배치도 미공개, 불분명한 수수료 구조, 재판매 의혹이었다. 요약하면 소비자로서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만한 조건이었다. 과거였다면 “인기가 워낙 많아서 생긴 혼란” 정도로 정리됐을 사안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멕시코의 BTS 팬덤, ‘아미(ARMY)’는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좌석과 가격 정보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이어졌고, 관계 당국에 대한 조사 요청으로 번졌다. 거리에서는 ‘좌석표와 가격표 없으면 불매’라는 구호가 등장했고, 온라인에서는 암표 구매를 거부하자는 움직임도 확산됐다. 팬덤의 반응은 감정적 분노라기보다 질서 잡힌 문제 제기에 가까웠다.
이 지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예매 불만을 넘어선다. 물론 출발점은 소비자 권리였다. 하지만 그 권리 주장이 집단적 형태를 띠고, 제도적 검토를 촉발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장면이 연출됐다. 실제로 멕시코 연방소비자원은 예매 대행사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고, 티켓 판매 전 가격과 좌석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팬덤이 국가 차원의 소비자 보호 논의를 자극한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행동을 곧바로 거창한 시민운동으로 규정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문화 소비자가 시장의 규칙에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존재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BTS가 오랫동안 전해온 메시지를 떠올리는 해석도 가능하다. 자신을 존중하라는 말, 침묵하지 말라는 태도, 부당함 앞에서 목소리를 내라는 권유. 이것이 팬덤의 행동을 직접 만들어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들의 집단적 대응이 단순한 분노를 넘어서 일정한 방향성을 띠게 된 배경으로 읽힐 여지는 있다.
여기서 멕시코라는 공간의 의미를 짚지 않으면, 이번 사태의 무게는 반쪽만 이해된다.
멕시코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음악 시장 중 하나이자, 글로벌 팝의 시험대에 가까운 곳이다. 미국 팝, 라틴 팝, 스페인어 음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 시장에서 외국어 음악이 대중적 지위를 얻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 멕시코에서 BTS는 ‘유행하는 해외 스타’가 아니라, 이미 주류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멕시코시티의 거리와 지하철, 대형 쇼핑몰에서 BTS의 음악이 낯설지 않게 흘러나오고, 스페인어 가사와 함께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는 팬들의 모습도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면 도시 전체가 들썩이고, 공연장은 단순한 이벤트 공간이 아니라 세대와 계층을 가로지르는 축제의 장이 된다. 중산층 청년층에 국한되지 않고, 학생과 노동자, 여성 팬과 가족 단위 관객까지 폭넓게 흡수한 점이 BTS의 멕시코 내 위상을 설명한다.
이런 위상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멕시코에서 BTS는 음원 차트와 스트리밍 성과뿐 아니라, SNS 상의 언급량과 팬 커뮤니티 규모에서 이미 현지 톱 아티스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왔다. 월드투어가 발표되는 순간부터 예매는 ‘공연 티켓 구매’가 아니라, 사회적 사건으로 인식된다.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언급하고, 정부 기관이 상황을 주시하게 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번 티켓 논란은 단순히 한 가수의 공연 운영 문제로 축소되기 어렵다. BTS 공연은 멕시코에서 이제 공공성이 일부 부여된 대형 문화 이벤트에 가깝다. 그만큼 팬들의 기대와 요구 역시 개인적 불만을 넘어선다. “우리가 돈을 냈다”는 차원을 넘어, “이 정도 규모의 문화 행사는 어떤 규칙을 따라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이번 멕시코 사례를 보편적 현상으로 일반화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모든 팬덤이, 모든 문화 소비가 같은 경로를 밟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BTS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문화 소비는 더 이상 완전히 사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팬덤의 규모와 조직력, 그리고 그들이 차지한 문화적 위상이 시장과 제도에 일정한 긴장을 부여하고 있다.
공연을 기다리는 설렘은 여전히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그 설렘을 둘러싼 규칙은 점점 더 많은 설명을 요구받는다.
환호가 커질수록 질문도 커진다.
무대 위의 노래가 끝난 뒤에도, 무대 밖에서는 다른 종류의 합창이 이어진다.
멕시코에서 울린 이 조용한 합창은, BTS의 인기를 넘어 문화 소비의 시대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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