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4년을 넘겼다. 제도는 더 이상 실험 단계가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확대 공약이 아니라 정밀한 평가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유권자가 물어야 할 것은 “얼마를 더 모으겠는가”가 아니라 지난 4년 동안 무엇이 제도의 문제였고, 무엇이 집행의 문제였는가다. 이 구분이 흐려질수록 평가는 왜곡된다.
먼저 성과는 분명하다.
모금액과 참여 건수는 꾸준히 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기부금이 유기동물 보호, 돌봄, 복지 인프라 같은 가시적 사업 성과로 이어졌다. ‘고향을 돕는 기부’라는 개념이 국민 인식 속에 자리 잡았다는 점 역시 평가할 대목이다. 제도 자체를 실패로 단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한계 또한 명확하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지역 간 격차다. 수도권이나 인지도가 높은 지역으로 기부가 쏠리는 현상은 반복됐다. 이를 곧바로 ‘지방정부의 기획 역량 차이’로 환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인구 규모, 출향민 수, 접근성, 브랜드 파워 등 사전적으로 주어진 구조적 우위가 존재한다. 이는 개별 단체장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격차의 원인을 지방의 역량 부족으로 단정하는 것은 인과관계를 단순화한 진단이다.
이 지점에서 책임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세액공제 구조, 전국 공통 플랫폼, 노출 알고리즘과 기본 규칙은 중앙정부, 특히 행정안전부의 설계 영역이다. 기부의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들이 중앙의 통제 아래 있다면, 지방정부가 성과의 절대치에 대해 책임을 지는 구조는 성립하기 어렵다. 제도의 한계는 제도의 책임으로 돌려야 한다.
그렇다고 지방정부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책임의 성격이 다르다.
연말에 기부가 쏠리는 현상 역시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12월 집중은 ‘운영 미숙’ 이전에 세액공제라는 제도적 인센티브가 만들어낸 합리적 행동이다. 이를 지방정부가 ‘세제 효과에만 기대 왔기 때문’이라고 돌리는 것은 책임의 혼동이다. 다만 쏠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수급과 품질 관리로 피해를 최소화했는지는 지방정부가 답해야 할 영역이다. 원인 책임과 관리 책임을 구분해야 평가가 공정해진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평가 기준은 이렇게 재정의돼야 한다.
중앙정부에는 기회 구조의 공정성과 설계 보완을 요구해야 한다. 지방정부에는 주어진 제약 속에서의 선택과 집행의 질을 묻는 것이 옳다. 세액공제율을 바꾸겠다는 약속은 단체장의 공약이 아니라 중앙에 대한 요구여야 하고, 기부금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약속은 단체장이 즉시 책임져야 할 공약이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지난 4년은 한 가지 교훈을 남겼다.
제도는 선의만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평가는 책임의 경계를 정확히 그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이번 선거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혜택 경쟁의 수단’으로 둘 것인지, ‘신뢰에 기반한 지방재정 제도’로 성숙시킬 것인지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기본·원칙·상식의 관점에서, 이제는 성과의 크기보다 책임의 정확성을 따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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