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극한 대치를 이어오던 여야가 29일 본회의를 열고 '반도체특별법'을 포함한 민생법안 90건을 합의 처리했다. 그동안 민생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며 맞서온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추진을 잠시 연기하기로 하자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법안 처리에 전격 합의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175건의 법안 중 비쟁점 법안 90건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핵심 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후 표류하던 반도체특별법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 지원책을 담고 있다. 법안에 따라 정부는 5년 단위의 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과 매년 실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하며 전력·용수·도로망 등 필수 산업 기반 시설을 설치·확충해야 한다. 야당이 요구해온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이번 법안에서 제외됐다.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도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R&D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폐지하고, 구축형 사업은 추진 심사를, 연구형 사업은 예산 편성 단계에서 사전 점검을 실시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환경에 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명운을 건 퀀텀점프를 이루는 법안들"이라고 강조했다.
국회법 개정안도 이날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회의 필리버스터 진행 시 국회의장이 국회 부의장뿐 아니라 상임위원장에게도 사회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간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부의장은 국민의힘이 신청한 필리버스터의 사회를 거부해 왔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당 소속 이학영 국회 부의장에게 과도한 체력 부담이 전가되자 법을 개정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우 의장은 법안 가결 후 "국회의장단 중 한 분이 오랜 기간 동안 사회를 거부하는 비정상적인 형태가 계속되며 불가피하게 개정 의견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이 반발하는 '본회의 정족수(재적 의원 5분의 1) 미달 시 필리버스터 중단' 조항은 제외됐다.
이 밖에 국회는 제헌절을 공휴일로 제정하는 내용의 '공휴일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제헌절은 18년 만에 다시 공휴일 지위를 회복하게 됐다. 또 △콘서트와 스포츠 경기 암표 근절을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지역·필수의료 위기 대응과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국립대학병원설치법 등 시급한 민생 법안들을 대거 처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너무 느려서 일할 수가 없는 상태"라고 답답함을 호소한 지 이틀 만에 여야 합의로 민생 법안 처리가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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