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의 신년 언론 브리핑은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성과를 나열하고 계획을 설명하며, 마지막에는 협조를 당부한다. 그래서 이런 자리는 쉽게 흘려듣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 28일, 양평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진선 양평군수의 신년 언론 소통 브리핑은 조금 달랐다. 숫자보다 방향이 먼저 보였고 성과보다 맥락이 읽혔다.
병오년 새해를 맞아 열린 이날 브리핑에는 100여 개 언론사가 참석했다. 군정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전 군수의 설명은 단순한 보고에 머물지 않았다. 지난 한 해를 어떻게 지나왔고 앞으로 무엇을 남기려 하는지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났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공약 이행률 88.3%라는 수치다. 이 숫자는 자랑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부담이기도 하다. 공약 이행률이 높다는 것은 행정의 속도가 있었다는 의미이지만, 그만큼 정책의 완성도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 군수는 이 지점에서 성과를 과장하지 않았다. 남한강 테라스, 양평종합체육센터, 물맑은시장 빛거리 조성, 신원정수장 준공 등 하나하나의 사업을 기록이 아닌 과정의 결과로 설명했다.
특히 양수리의 UN관광기구 최우수 마을 선정은 단순한 외형적 성과가 아니라 양평이 관광을 단기 이벤트가 아닌 생활과 환경, 주민과 함께 설계해 왔다는 점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다. 관광도시는 사람을 끌어오는 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머무를 이유를 갖는 도시여야 한다. 이날 브리핑에서 전 군수는 그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관광 분야에서도 서부·중부·동부권으로 나눈 권역별 인프라 구축 계획은 양평을 하나의 점이 아닌 ‘선’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관광객을 특정 명소에 몰아넣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두물머리와 세미원의 국가정원 도약 구상 역시 이 흐름의 연장선이다.
이날 질의응답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군청사 이전, 지역 응급의료기관 운영, 양근대교 건설, 용문-홍천 광역철도 추진 등 민감하고 오래된 현안들이 줄을 이었다. 전 군수는 즉답을 피해야 할 사안은 피했고, 설명이 필요한 사안은 길게 설명했다. 모든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회피하지는 않았다. 이 태도는 요즘 보기 드문 장면이다.
전 군수는 브리핑 말미에 “2026년은 민선 8기와 9기를 잇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 표현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는 임기의 마무리를 향한 책임감이고, 다른 하나는 다음 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지방행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다음 사람이 써도 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전 군수는 그 점을 의식하고 있었다.
언론에 대한 감사 인사도 형식적이지 않았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보도를 요청하면서도 그 전제는 소통이었다. 지방정부와 언론의 관계는 긴장과 협력이 공존해야 건강하다. 이날 자리는 적어도 그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보였다.
양평 군정은 지금 도약의 문턱에 서 있다. 성과는 이미 나왔고, 방향도 제시됐다. 남은 것은 일관성과 지속성이다. 신년 브리핑은 하루로 끝나지만, 행정은 매일 이어진다. 이날 전진선 군수가 보여준 태도가 2026년에도 유지된다면, 양평은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