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과거 1~10대 역대 금감원장은 금융위 관료 출신이었다. 정책 기획은 금융위가 담당하고 집행과 감독은 금감원이 수행하는 역할 분담이 명확한 수직적 구조였다.
위계질서의 변화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감지됐다. △최흥식(민간) △김기식(정치인) △윤석헌(학계) 전 원장 등 비관료 출신 인사가 잇따라 임명되면서다. 특히 윤석헌 전 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당국 조직개편 필요성을 공개 제기하며 금융위 중심 감독 체계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한 기조는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정부를 거치며 한층 강화됐다. 윤석열 정부 초기 검사 출신인 이복현 전 원장이 임명된 데 이어 현 이재명 정부에서는 변호사 출신의 이찬진 원장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다.
대표적인 사례로 은행권을 대상으로 한 '상생 금융' 기조가 꼽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은행권의 과도한 이익을 비판하는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이복현 전 원장은 금융위 후속 정책 발표에 앞서 시중은행장들을 소집해 금리 인하와 상생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보다 이복현 전 원장의 발언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장면도 반복됐다.
이 같은 흐름은 현 이찬진 원장 체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 인지수사권을 둔 갈등에 이재명 대통령이 금감원의 입장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내놓았다. 심지어 금융위가 주관한 유관기관 업무보고에 금감원이 불참하기도 했다. 당국은 대통령 주재 보고와의 중복을 이유로 들었으나, 동일한 일정을 소화한 다른 기관들이 금융위 보고에 참석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대통령 입장에서 금감원장이 효율적인 선택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가 정책 수립 과정에서 관계 부처 협의와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구조인 반면, 금감원은 검사·제재 권한을 바탕으로 금융회사에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집행 조직이기 때문이다. 정책 결정에서 현장 집행까지 걸리는 시간과 절차 측면에서 두 기관 간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반면 막강한 실무 권한에 비해 금감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대통령의 정치적 신뢰만으로 임명되는 구조여서, 권한과 통제 장치 간의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책 판단이 정무적 판단에 좌우될 경우 시장은 규제 방향보다 정권의 기류를 먼저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 기구가 정치적 메시지 전달에 치중할 경우 중장기 리스크 관리와 제도 설계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며 "금융 시스템은 개인의 리더십보다 정교한 구조와 절차가 작동할 때 안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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