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총선을 앞두고 일본 여·야가 경쟁적으로 ‘식품 소비세 감세’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정치권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가계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감세의 시점과 기간, 재원 마련 방식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감세를 둘러싼 정책 경쟁이 유권자에게 명확한 선택지를 제시하기보다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6일 일본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정당 대표 토론회에서는 소비세 감세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그러나 감세 시기, 재원, 사업자 부담 완화 방안 등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질수록 각 당의 준비 부족이 두드러졌다. 갑작스러운 중의원(하원) 해산으로 정책 제도 설계를 충분히 다듬지 못한 채 선거전에 돌입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자민당은 식료품에 한해 소비세를 2년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감세 시행 시점과 관련해 표현을 달리해왔다. 그는 자민당 총재 입장으로서는 “초당파 국민회의에서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하면서도, 총리 입장으로서는 “가능한 한 빨리 시행하고 싶다”고 구분했다. 그러다 25일에는 “2026년도 실현”이라는 구체적인 시점을 처음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재원 논의의 빈약함이 가장 큰 쟁점으로 꼽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식품 소비세를 전면 폐지할 경우 연간 약 5조엔(46조6400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다. 자민당은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세외 수입과 조세특별조치 정비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재원은 공약에 명시하지 않았다. 중도개혁연합은 정부계 펀드 창설을 제안했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제도적으로 현실성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감세 방식에 따른 사업자 부담 대책도 불분명하다. 식품 소비세를 제로로 할 경우 면세 또는 비과세 방식이 거론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면세에 가까운 느낌”이라는 모호한 표현에 그쳤다. 면세 방식이 채택될 경우 소규모 음식점이나 농가는 환급 절차에 따른 행정 부담과 자금 운용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여기에 금융 시장의 반응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감세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규모 감세가 재원 대책 없이 추진될 경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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