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부동산 세금 문제에 대해 말을 아껴왔으나 최근 들어 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다.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양도세뿐 아니라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보유세 인상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잃어버린 30년을 향해 치닫는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탈출하는 데 고통과 저항은 많겠지만 필요하고 유용한 일이라면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양도세 중과에도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나설 수 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팔면서 내는 세금보다 들고 버티는 세금이 더 비싸도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해 보유세 강화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을 공식화하면서 부동산 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상황을 지켜보던 다주택자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실제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강남 고가 재건축 단지에서는 직전 실거래가 대비 수억 원 낮은 급매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정부가 보유세 인상 등 추가적인 세제 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보유세 인상 카드로는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기본공제액 하향 조치 등이 거론된다. 이들 조치는 모두 전임 정부에서 완화된 것으로 현 정부가 ‘정상화’를 명분으로 손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도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그동안 실수요자로 분류돼 왔던 1주택자에 대해서도 ‘거주용’과 ‘투자용’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가 주택을 보유한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보유세 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자 서울 등 상급지에 위치한 고가 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됐고 그 결과 집값 과열과 지역 간 양극화를 유발했다는 것이 정부 측 인식이다.
우리나라 주택 보유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토지+자유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0.33%)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OECD 30개국 가운데서도 20위에 불과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세금 인상만으로는 집값 안정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과거 사례에서 확인된 만큼 양도세 완화 등을 통해 거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퇴로를 함께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세율이 높아지면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꺼리고 증여로 선회하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과거처럼 결국 집값 상승과 늘어난 보유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유세 조정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원하는 매물 공급이 이뤄지려면 취득세와 양도세 같은 거래세를 낮추는 등 매물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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