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사모펀드는 자본의 가속기다, 이제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한국의 사모펀드 시장은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한때 ‘비효율을 혁신하는 자본’으로 불리던 사모펀드는 최근 몇 년 사이 탐욕과 무책임의 상징처럼 거론되고 있다. MBK파트너스를 둘러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사모펀드가 산업의 장기 전략보다 지배력 확보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고, 홈플러스 회생 사태는 과도한 차입과 취약한 재무구조가 기업과 노동자, 협력사에 어떤 부담을 남기는지를 생생히 보여줬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사모펀드가 과연 한국 경제의 동력인지, 아니면 위험한 가속기인지에 대한 질문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켰다.
 
물론 사모펀드 자체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같은 시장 안에서도 한앤컴퍼니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투자 이후 성장과 고용 안정, 산업 경쟁력 강화로 성과를 입증한 사례도 분명히 존재한다. 결국 차이는 ‘자본의 성격’이 아니라 ‘자본을 움직이는 규칙’에서 발생한다.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속도가 빠른 자본이다. 비상장 기업의 의사결정을 단순화하고 대규모 자금을 단기간에 투입해 구조를 바꾸는 데 강점을 지닌다. 문제는 이 속도를 제어할 브레이크가 충분히 장착돼 있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험은 이 질문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미국은 사모펀드를 전면적으로 억누르기보다 운용 과정의 투명성과 이해상충 관리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 왔다.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비용과 수수료, 거래 구조를 투자자에게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독립 감사와 기록 보존을 통해 사후 검증이 가능하도록 했다. 규제의 핵심은 “얼마를 벌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벌었는가”를 묻는 데 있다.
 
유럽은 금융위기 이후 사모펀드를 시스템 리스크의 일부로 인식했다. AIFMD(유럽 대체투자펀드 운용지침)를 통해 레버리지 사용과 유동성 위험을 감독 범주로 끌어들이고, 독립 수탁기관 지정과 위험 관리 체계를 의무화했다. 이는 사모펀드의 실패가 금융 시스템 전체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에 비해 한국의 사모펀드 규율은 여전히 느슨하다. 인수 과정에서 과도한 차입이 이뤄져도 이를 사전에 제어할 장치는 부족하고, 투자 이후 배당과 수수료 구조, 계열 간 거래가 기업의 현금흐름을 얼마나 잠식하는지에 대한 정보 역시 제한적이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때도 장기 투자 계획이나 고용·협력사에 미칠 영향에 대한 설명은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그 결과 사모펀드는 혁신의 촉매가 아니라 단기 수익을 위해 기업의 체력을 소모시키는 존재라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한국 사모펀드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더 많은 규제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정교한 규율을 세우는 것이다. 인수 단계에서는 레버리지와 차입 구조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의무화해 경기 변동이나 금리 상승에도 기업이 버틸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운용 단계에서는 배당, 자문료, 내부 거래 등 자금 유출 구조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공개해 투자자와 시장의 감시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는 거래에는 독립 평가와 투자자 승인 절차를 부착해 ‘자기 거래’의 유혹을 구조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자산 매각이 불가피할 경우, 고용과 협력사,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설명하고 책임 있게 관리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세계적 사모펀드 운용자들의 조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븐 슈워츠먼은 “사모펀드의 성과는 거래의 속도가 아니라, 보유 기간 동안 기업을 얼마나 더 강하게 만들었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빠른 회수보다 기업의 경쟁력과 현금흐름을 먼저 점검하라는 이 원칙은, 사모펀드의 자유와 책임이 어디에서 균형을 이뤄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동시에 시장에는 분명한 신호가 필요하다.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모펀드는 공적 자금과 장기 투자 기회에서 배제하고, 반대로 산업 경쟁력 강화와 고용 유지, 기술 투자로 성과를 입증한 운용사에는 연기금과 정책금융의 참여를 확대하는 식의 인센티브를 결합해야 한다. 그래야 사모펀드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 자본이 아니라,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동반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사모펀드는 자본의 가속기다. 제대로 작동하면 기업의 낡은 관행을 깨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브레이크 없는 가속기는 결국 사고를 부른다. 지금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속도를 늦추라는 명령이 아니라, 방향을 바로잡을 제동 장치다. 투자의 자유를 인정하되 그 위험과 비용을 사회에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을 세울 때, 이번 논란은 한국 사모펀드 시장을 한 단계 선진화하는 계기로 전환될 수 있다. 그럴 때 사모펀드는 비로소 환영받는 자본이 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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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앤컴퍼니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투자 이후 성장과 고용 안정, 산업 경쟁력 강화로 성과를 입증한 사례도 분명히 존재한다.… 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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