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초고령 사회에 들어섰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1%를 넘었다. 이 숫자를 마주한 사회의 반응은 여전히 한쪽으로 쏠려 있다. 연금 부담, 의료비 증가, 복지 재정 위기다. 그러나 이 프레임에 머무는 순간 성장은 멈춘다. 초고령 사회를 비용으로만 바라보는 국가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AI 시대의 초고령 사회는 과거와 전혀 다른 조건 위에 서 있다. 기계가 사람을 밀어내는 시대가 아니라, 사람의 역할이 다시 정의되는 시대다. 자동화와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맡을수록, 경험과 판단, 조정과 책임의 가치는 오히려 커진다. 이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집단이 바로 65세 이상 인력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나이를 기준으로 사람을 구분한다. 정년이 되면 숙련과 경험은 한꺼번에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난다. 동시에 노동력 부족을 걱정하고 성장률 하락을 우려한다. 이는 불가피한 현실이 아니라 정책의 선택이 만든 결과다. 초고령 사회에서 고령 인력의 생산적 활용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의 문제다.
해외에서는 이미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OECD는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를 생산성 전략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은퇴 연령을 늦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업무 강도를 조정하며 판단·관리·교육 역할로 이동시키는 구조 전환이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유엔 역시 초고령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활동 인구의 재정의’에서 찾고 있다.
현장 사례도 분명하다. 일본 제조업 현장에서는 70대 기술자가 AI 설비의 품질 관리와 공정 점검을 맡고, 독일에서는 고령 근로자가 후배 교육과 안전 관리 역할을 담당한다. 생산 라인은 자동화됐지만, 공정을 지탱하는 판단과 책임은 경험 많은 인력이 맡는다. 이 구조가 생산성을 떨어뜨렸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불량률과 사고율은 낮아졌다.
이 대목을 관통하는 격언이 있다.
“사람을 버리는 사회는 자본을 버리는 사회다.”
초고령 사회에서 가장 값비싼 자본은 경험이다. 이를 복지의 틀에만 가두는 것은 국가 차원의 낭비다.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은 분명하다. 공공 행정의 민원 조정, 지역 의료·돌봄 연계, 중소기업 품질 관리, 청년·신입 인력 멘토링, 안전·감독 업무는 고령 인력과 AI의 결합 효과가 큰 분야다. AI가 문서·데이터·분석을 맡고, 사람은 판단과 책임을 맡는 구조다. 이는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일의 구조를 바꾸는 성장 전략이다.
초고령 사회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대응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 65세 이상을 보호 대상으로만 보면 재정 부담은 커지고, 성장 동력으로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의 양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국가의 기준에 달려 있다.
고령 인력을 밀어내는 나라는 늙는다.
고령 인력을 다시 쓰는 나라는 성장한다.
AI 시대 초고령 사회의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국가의 선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