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출생아 수는 16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10월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2.5% 늘었다. 합계출산율도 0.81명으로 소폭 반등했다. 혼인 건수 역시 19개월 연속 증가했다. 더 주목할 점은 인식의 변화다. 결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비율은 72.9%까지 올라섰고, 20대 여성의 결혼 의향은 반년 만에 6%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무자녀층의 출산 의향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 수치들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출산 의지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이 부족했던 것이다.
문제는 구조다. 취업은 늦어지고 주거비는 높으며,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어든다. 독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가 아니라 “지금은 감당할 수 없다”는 인식이 광범위하다. 이는 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다.
노동 구조 역시 핵심 변수다. 맞벌이가 일반화된 현실에서 육아휴직과 돌봄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실제로 쓰기 어렵다면 의미가 없다. 조사에서도 가장 필요한 과제로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직장 문화’와 ‘돌봄 시간의 안정적 확보’가 꼽혔다. 특히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에게 제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현실은 출산 결정의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 구조 문제가 겹친다. 대학 서열과 입시 중심 체계는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고, 이는 주거비 상승과 과잉 경쟁으로 이어진다. 교육은 더 이상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인구 이동을 좌우하는 구조 변수다. 지역에서도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가 연결되지 않는 한,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결혼과 출산은 더욱 멀어진다.
따라서 저출산 해법은 단편적 현금 지원이 아니라 교육·주거·노동·돌봄을 동시에 바꾸는 구조 개편이어야 한다. 대학 진학 중심의 경로를 완화하고, 직업교육과 평생학습을 강화하며, 지역 기반 일자리와 연계된 교육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주거는 소유 중심에서 안정 중심으로 전환하고, 돌봄은 개인 책임이 아닌 지역 공공 인프라로 재설계해야 한다.
이제 재정 여건도 냉정히 봐야 한다. 지난 20여 년간 저출산 대응에 380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고령화로 복지 지출은 빠르게 늘고 있고, 앞으로 재정 여력은 더 줄어든다. “더 쓰자”는 접근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다. 구조를 바꾸는 데 쓰이지 않는 예산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
최근 나타나는 인식 개선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책 방향이 맞을 경우 사회적 태도는 움직일 수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이 흐름은 쉽게 꺼질 수 있다. 저출산은 단기간에 반전되지 않으며,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구간이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의무가 아니다.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공동의 선택이다. “낳아라”가 아니라 “낳아도 괜찮다”, “키울 수 있다”고 말해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교육과 노동, 주거와 돌봄의 구조를 함께 바꾸지 않는다면 어떤 현금 정책도 한계를 넘기 어렵다.
저출산 해법은 결국 삶의 구조를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