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결제 시장에서 비접촉식 결제가 표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국은 이 흐름에서 빠져있다. 글로벌 시장이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결제를 일상 인프라로 받아들이는 동안, 국내 결제 환경은 구형 단말기 중심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22일 글로벌 마켓 리서치 회사 퓨처(Future)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NFC 시장 규모는 지난해 263억 달러를 돌파했다. 오는 2035년까지 3배 이상 확대돼 942억4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예상되는 연평균 성장률은 12.3%다. 교통·유통·금융을 아우르는 결제 인프라 전반에서 NFC가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상황은 대조적이다. 전 세계 비접촉식 결제 표준으로 통용되는 ‘EMV 컨택리스’ 규격을 지원하는 NFC 단말기 국내 보급률은 1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NFC 단말기에서만 가능한 애플페이 서비스 역시 국내에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는 현대카드가 유일하며, 연초부터 논의가 이어진 신한카드와 국민카드의 도입도 수개월째 지연되며 해를 넘긴 상태다.
이 같은 구조가 굳어진 배경에는 삼성페이의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는 2015년 삼성페이를 출시하며 NFC가 아닌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을 채택했다. MST는 기존 마그네틱 카드 단말기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2022년 삼성월렛을 내놓으면서 NFC 결제 기능을 도입했지만, 이미 국내 결제 인프라는 MST 기반 단말기를 표준처럼 받아들인 뒤였다.
물론 최근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NFC 결제가 가능한 통합 단말기를 보급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토스 자회사 토스플레이스 통합 단말기인 ‘토스프론트’는 지난달 기준 24만개 가맹점에 보급된 것으로 집계된다. 네이버페이 역시 지난 9월부터 오프라인 통합 단말기 'Npay 커넥트'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고, 사전 신청한 가맹점에 2200대 단말기를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집계된 신용카드 가맹점 수가 306만8000개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이들 단말기 보급량은 아직 제한적인 수준에 그쳐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결제 시장은 카드 중심으로 성장해 왔고, 카드사들이 단말기 보급 비용을 부담해온 구조라 NFC를 도입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며 “기술은 있었지만 시장이 요구하지 않았던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플페이처럼 NFC를 반드시 써야 하는 서비스가 대대적으로 확산되지 않는 한 카드사나 가맹점 모두 NFC 단말기를 적극 도입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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