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수출 물품 육상운송 과정에서 파손...대법 "해운업체 책임 아니다"

  • "해상 운송, 육상 운송과 달리 고유한 위험 있어...운송인 배상 책임 제한 해야"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해상으로 수출하기 위해 선박용 컨테이너에 실은 물품이 육상 운송 도중 파손됐다면 해운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한 보험사가 화물중개업체와 육·해상 운송업체 3곳을 대상으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대법은 원심판결 중 해상운송업체 A사 패소로 판단한 부분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22년 두산로보틱스는 미국 기업에 로봇암(Robot ARM) 20대를 수출하면서 화물중개업체에 운송을 의뢰하고 한 보험사와 해상적하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화물중개업체는 로봇암의 해상운송을 A사에, 인천부터 부산까지의 육상운송을 B사에 하도급했다. 이후 B사는 일부 운송을 또다시 도로운송업체에 하도급했다. 로봇암이 선박을 통해 수출되는 점을 고려해 제품은 운송 시작부터 A사의 컨테이너에 적재됐다.

문제는 육상 운송 과정에서 발생했다. 두산로보틱스는 화물중개업체에 제품 운송 시 온도를 영상 18도로 맞춰달라고 요청했으나, A사 직원은 컨테이너 보관회사 직원에게 온도를 '영하 18도'로 설정해달라고 했다. 이후 도로운송업체는 출발 전 컨테이너 온도를 확인하지 않았고, 결국 제품은 냉동 상태에서 막대한 손상을 입었다.

사건이 발생하자 보험사는 두산로보틱스에 보험금을 지급한 뒤 운송에 관여한 화물중개업체·A사·B사·도로운송업체를 상대로 71만 달러(약 10억원) 상당의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갔는데 A사의 컨테이너 제공과 온도 설정을 육상운송이 아닌 해상운송의 일부로 보고 A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재판의 최대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보험사 손을 들어주며 모든 운송업체가 공동으로 64만 달러(약 9억원)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2심 역시 보험사 일부 승소로 판결했으나 피고 업체들의 책임을 손해액의 70%로 제한했다. A사의 배상 책임도 1심에 비해 대폭 낮아졌다.

대법원은 중개업체와 나머지 업체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B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부분은 파기했다.

대법원은 "해상 운송은 육상 운송과 달리 고유한 위험이 있고, 손해액 역시 클 수 있어 해상 운송인의 배상 책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는 사고가 부산항으로 육상운송을 하는 도중에 발생했기 때문에 '해상운송 도중 또는 사실상 해상운송의 일부로 평가되는 부분'에서 운송물이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A사의 컨테이너 제공과 잘못된 온도 설정이 해상 운송인으로서 운송물을 수령하거나 보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해상 운송에 수반되는 고유한 위험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A사가 해상운송을 개시했다거나 해상운송에 관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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