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의 정신적 기반은 문선명 총재의 교리와 교단 설립 당시의 정신에 있다. 문 총재는 생전에 여러 설교와 연설을 통해 신앙은 양심과 책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종교 조직일수록 사회 앞에서 더욱 투명해야 하며, 세속적 이해관계에 흔들릴 때 본래의 사명을 잃게 된다고 경고해 왔다. 이러한 메시지는 오늘 통일교가 되돌아봐야 할 핵심 원칙으로 여겨진다.
이번 논란은 통일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짚어야 한다. 일부 불교 사찰의 재정 투명성 논란, 일부 기독교 단체의 정치 개입 문제 등, 한국 종교계는 세속적 영향력이 커질 때마다 유사한 문제가 반복돼 왔다. 세계적 종교철학자 한스 큉도 종교가 권력과 결탁하면 본래의 길을 잃고, 진리를 향한 자기 성찰을 통해서만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종교가 지켜야 할 방향을 일깨우는 말이다.
송용천 협회장은 “정치권과 결탁한 적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김건희 여사와 정치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려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수사·재판 과정에서 여야 정치인이 언급된 바 있는 만큼, 조직 차원의 관리가 충분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통일교가 내세운 정치적 중립, 재정 투명성, 거버넌스 확립 등의 혁신 과제가 선언에 머물지 않고 실제 운영에 반영될 때 비로소 신뢰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통일교가 설립 당시의 정신과 신앙의 근본을 다시 성찰해야 할 계기다. 협회장의 사과가 출발점일 수는 있지만,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적 개입 논란을 줄이고, 재정·조직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며, 종교 본연의 자세를 되찾기 위한 실질적 조치가 뒤따를 때 비로소 통일교는 물론 한국 종교계 전체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본과 원칙, 상식이 작동하는 운영만이 종교가 다시 신뢰받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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