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부활, 다시 뛰는 과학기술의 심장

김성수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사진아주경제DB
김성수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사진=아주경제DB]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되고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확대 재출범한다는 소식은 과학기술계에 큰 기대를 안겨준다. 이는 단순한 제도 복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연구개발(R&D) 정책의 일관성과 실효성을 되살리고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도약을 준비하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과학기술부총리 체제는 범부처 R&D 예산과 정책을 통합·조정하며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각 부처의 사업을 조율해 비효율을 줄이고 전략적 투자를 유도했으며, 부총리 주재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실질적 정책 통합을 이뤄냈다. 2004년 첫 회의에서 5개 부처가 운영하던 7개 신기술 인증제도를 2개로 통합한 것을 비롯해 3년간 28차례 회의에서 145개 안건을 처리하며 종합 조정 기능의 위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 부총리 체제가 해체되면서 이러한 역할은 약화됐다.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정책의 연속성과 전략적 방향성이 흔들렸고 중복과 비효율이 반복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10년 만에 부활했지만 부총리급이 아닌 장관 주재 회의로는 조정력에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 당시 소재·부품·장비 분야 R&D 혁신전략을 신속히 마련하고,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한 국가 필수전략기술체계 수립은 범정부 통합 조정 기능이 위기 대응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첨단기술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시기에 범정부 전략 조정 체계가 사실상 멈춰 있었다. 그 결과 전략기술 투자 방향과 정책 연계성에 공백이 생기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 전략도 미흡했다. 국가 혁신역량 전반에 초래된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번에 부활하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는 과학기술과 인공지능(AI) 분야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실질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난다. 부처 간 이견을 사전에 조율하고, 주요 정책의 이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며, 여러 과학기술 혁신정책과 AI 전략들의 일관성과 연계성을 확보하는 핵심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개방형 협의 구조를 통해 정책 실효성과 현장 대응력을 동시에 높일 것이다.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실질적인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려면 정책의 지속성과 조정 기능이 확실히 담보돼야 한다. R&D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우므로 장기적인 전략 아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AI·첨단 반도체·바이오 등 국가 전략기술 분야에서는 부처 간 역할을 명확히 하고 공동 추진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단순한 보고·심의 기구를 넘어 긴급한 현안을 신속히 조정하고 절차를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해야 한다.
 
필자는 과학기술 정책 현장을 경험했던 연구자로서 이번 회의체가 예산·정책·인력을 통합적으로 조정하는 범정부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의 부활이 명실상부한 국가기술혁신체제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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