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테크 드래곤' 중국… 첨단투자 늘려도 성장세 둔화하는 이유

  • 美 CSIS 스콧 케네디 인민대 초청 강연

  • "인적자본 투자 부족…자원배분 왜곡"

  • 고급 인력 부족에 디플레·네이쥐안 심화 문제도

  • 15·5개년 계획서 안 다루면 무역갈등 확대 경고

케네디 스콧
케네디 스콧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고문 겸 중국 전문가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의 노동력과 인적 자원 대부분은 자전거로 음식 배달하는 것 이외에 첨단 기술산업에 투입될 준비가 돼있지 않다."

미국내 저명한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고문인 스콧 케네디 중국 기업·경제 전문가는 18일 “중국이 첨단기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반면, 인적 자원 개발에 투자하는 자금은 매우 적다”며 자원 배분 왜곡을 중국 경제의 주요 문제점으로 꼽았다. 

케네디 고문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인민대학교 충양금융연구소와 글로벌리더십학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슬로테크 드래곤:중국 과학기술 굴기와 거시경제 문제의 역설’란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강연에서 "중국이 기술 방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거시 경제에서 여러가지 문제에 맞닥뜨린 것은 자원 배분이 왜곡됐기 때문"이라며 "이는 중국이 고품질 성장을 원한다면 해결해야 할 실질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강연 주제에서 '테크 드래곤' 앞에 ‘슬로(Slow)'를 붙인 배경이다. 슬로 테크 드래곤,  느리게 성장하는 과학기술 공룡이란 뜻이다. 그는 “중국 정책 결정자들은 농촌 지역 초중고 교육, 의료, 사회복지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선택했고, 대신 첨단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로 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길을 계속 간다면 중국은 ‘슬로 테크 드래곤'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케네디 고문은 중국의 첨단기술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는 구체적인 과학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7%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있고,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WIPO(세계지식재산권기구)의 2025년 글로벌 혁신지수(GII)에서 중국은 아시아에서는 한국(4위), 싱가포르(5위)에 이은 10위를 차지했고, 특허 출원량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제조대국으로, 전 세계에서 중국 제조업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28.9%에 달한다. 미국(17.2%)보다도 훨씬 앞서 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실패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케네디 고문은 중국이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 자국 기술로 개발한 여객기 ‘C919’의 지난해까지 납품대수가 16대, 올해는 5대에 그치는 등 여전히 에어버스나 보잉에 뒤처지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여년째 사실상 내리막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명목 성장률이 실질 성장률을 밑도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국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그는 주목했다.

케네디 고문이 올해 중국 경제의 대표 키워드로 '네이쥐안(內卷, 출혈 악성경쟁)'을 꼽은 배경이다. 이는 디플레이션과 과잉생산을 의미한다. 그는 1990년대 중국을 연구할 당시 철강·시멘트·유리 등 산업에서만 과잉공급이 문제가 됐는데, 2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중국엔 비이성적인 경쟁 문제가 존재하며 이는 철강·시멘트·유리뿐만 아니라 첨단과기 산업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케네디 고문은 중국이 내년부터 5년간 시행에 돌입할 15차5개년 계획에서 이러한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경우, 중국 경제의 불균형 문제가 글로벌 시장에까지 반영될 것이라 우려했다. 중국의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서 남미·유럽 등 다른 국가와 무역 갈등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 반면, 중국이 이러한 국내 경제 불균형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소한다면 자연스럽게 세계 경제가 균형을 찾으며 다른 국가와의 무역 갈등도 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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