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갈등 증폭…27개 학계·6개 협회 "서울시 공개토론하자"

  • "고층 건물, 종묘 가치와 존엄 훼손"

  • "세계유산, 경관까지 포함…지정 당시 모습 지켜야"

  • 토지주들은 "재개발을 막으면 법적 대응"

한국문화유산협회 등 문화유산 관련 협회와 역사학·고고학·인류학 관련학회가 12일 서울 중구 모임공간 상연재에서 연 종묘 앞 고층 개발 시도 규탄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문화유산협회 등 문화유산 관련 협회와 역사학·고고학·인류학 관련학회가 12일 서울 중구 모임공간 상연재에서 연 종묘 앞 고층 개발 시도 규탄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종묘 주변을 둘러싼 개발을 두고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간 갈등이 장외로 번지는 모양새다. 관련 지역 토지주들은 종묘 주변 고도제한은 과도한 규제라며 국가유산청과의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역사학 등 관련 학계는 "종묘의 하늘을 가려서는 안 된다"며 서울시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역사학, 고고학, 민속학 관련 27개 학회와 문화유산 관련 6개 협회는 12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층 건물의 배치는 종묘의 가치와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역사학 등 학회와 문화유산 관련 협회가 공동으로 성명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명서는 "세계유산 종묘의 하늘과 시야를 가리는 고층 개발의 시도를 단호히 규탄한다"며 "서울 도심 안에 자리하고 있는 종묘가 세계문화유산의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그동안 그 주변의 난개발을 자제하면서 경관과 함께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한국문화유산협회 등 문화유산 관련 협회와 역사학·고고학·인류학 관련학회가 12일 서울 중구 모임공간 상연재에서 연 종묘 앞 고층 개발 시도 규탄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성주 한국고고학회 회장이 성명서를 읽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문화유산협회 등 문화유산 관련 협회와 역사학·고고학·인류학 관련학회가 12일 서울 중구 모임공간 상연재에서 연 종묘 앞 고층 개발 시도 규탄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성주 한국고고학회 회장이 성명서를 읽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종묘 바로 앞인 세운4구역 재개발 지역의 층고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과 관련해 "종묘 앞 고층 개발은 밖에서 세계유산을 바라보는, 그리고 세계유산에서 사방을 바라보는 경관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종묘 위로 고층 건물이 압도하는 경관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 건물의 높이와 배치에 관한 공개된 기준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와 협회는 서울시에 공개토론도 제안했다. 이성주 한국고고학회 회장은 "세계 유일의 공간인 종묘는 특별한 문화유산이다"라며 "(주변 개발과 관련한) 평가는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종묘뿐만 아니라 종묘 주변의 경관도 세계유산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연경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 부교수는 "유네스코는 유형적 건물 외에도 그 주변의 사람들의 삶과 문화, 자연까지 모두 포함해서 세계유산을 지정한다"며 "건물에 그늘이 지냐 마냐가 아닌, 전체적인 경관을 포함해 수도 한양이 생기면서 종묘가 만들어진 이야기까지 보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유산의 체계에 따라 어떤 유산은 건물만 보존해도 되지만, 세계유산인 종묘는 보존의 강도가 가장 세다"며 "적어도 세계유산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됐을 때의 모습을 지켜야 한다"고 부연했다.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 일대 토지주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다시세운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 일대 토지주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다시세운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종묘 앞의 토지를 소유한 지주들은 "재개발을 막을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전날 서울다시세운광장에서 입장문을 내고 국가유산청이 규제를 지속할 경우 "손해배상 소송과 함께 직권남용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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