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과일 및 채소 수입이 급증해 올해 10월까지 수입액이 약 22억 달러(약 3조2138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수입세 인하로 미국, 호주, 중국 등 주요 산지의 과일이 대거 유입되면서 베트남산 과일의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베트남 과일 시장은 가격과 품질 경쟁이 동시에 격화되며 구조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베트남 매체 VnExpress에 따르면 호찌민시 소비자들은 베트남산보다 외국산 과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떤토이에 거주하는 주민 호아 씨는 "씨 없는 중국산 자두를 즐겨 찾는다"며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씨 없는 자두는 킬로그램당 약 4만 동(약 2200원)으로 베트남 북부산 자두보다 저렴하고 아삭하며 달다"고 설명했다.
호찌민시 바찌에우 시장의 상인 홍 씨는 "이제는 시장 내 과일가판대 대부분이 수입 과일로 채워지고 있다"며 "중국산 과일은 해마다 새로운 품종이 나오며 모양도 세련됐고, 일본산 고급 과일보다 가격이 약 30% 수준으로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에서 과거 고가로 여겨졌던 외국산 과일의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접근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호주산 귤은 kg당 25만 동에 판매됐지만 현재는 8만~10만 동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뉴질랜드산 엔비 사과 ▲미국산 체리와 포도 ▲중국산 복숭아 등 주요 수입 과일의 가격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5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과거에는 고급 매장에서만 볼 수 있던 제품들이 이제는 전통 시장과 일반 매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호찌민시 안호이 통낫 거리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로안 씨는 "엔비 사과, 갈라 사과, 미국과 뉴질랜드산 포도가 인기가 높다"며 "예전에는 대형으로만 살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개별 포장이 되어있는 제품들도 많아서 kg당 12만~15만 동으로 중산층 소비자들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득 도매시장에 위치한 한 수입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베트남의 과일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예전에는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과일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과 호주산 과일의 수입세가 인하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베트남 관세청은 올해 오렌지, 귤, 딸기, 체리, 키위, 블루베리 등 주요 과일의 수입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10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일협회 베트남 지부는 3월 말부터 미국산 사과, 포도, 체리 등에 대한 세금이 약 3% 인하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산 체리는 베트남 소비자들이 가장 빠르게 주문하는 대표 품목으로 꼽힌다.
베트남 과일채소협회(NAVAS) 응우옌 푹 땅 사무총장은 "올해 10월까지 과일과 채소 수입액은 약 22억 달러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며 "그중 미국산 제품이 5억 달러 이상을 차지해 3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 뉴질랜드, 인도, 태국산 과일도 각각 10%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응우옌 사무총장은 과일 수입 급증의 원인으로 가격 하락과 수입세 인하를 꼽았다. 그는 "FTA를 통해 많은 품목이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으며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면 세율이 0%까지 내려간다"며 "AANZFTA 협정(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과 호주, 뉴질랜드 간의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호주와 뉴질랜드산 대부분의 과일은 베트남 수입 시 전면 무관세 적용을 받고 이는 베트남산 과일 대비 뚜렷한 경쟁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외국산 과일 급증을 두고 베트남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외국산 과일 소비가 단순한 국내 시장 잠식이 아니라 무역 균형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많은 사람들이 국산 과일을 사는 것이 우리 국민을 지탱하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제 무역에는 무역 수지라는 개념이 있고 우리가 다른 나라에 X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출하려면 Y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입해야 한다. 따라서 수입 과일을 소비하는 사람들 역시 우리 수출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우리나라도 두리안, 쌀, 커피를 수출해 외국에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그렇기에 우리도 다른 나라 과일을 사는 것도 좋은 일로 무역은 상호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FTA의 추가 발효와 물류 개선으로 인해 향후 몇 년간 수입 과일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산 과일 생산자들은 품질 향상과 유통 혁신 없이는 경쟁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수입 과일과 차별화된 프리미엄 국산 과일 생산 방안을 모색 중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