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기업공개(IPO) 시장 1위는 KB증권이 유력하다. 지난해 HD현대마린솔루션, 엠앤씨솔루션 등 공모규모가 수천억원대인 대형 딜들을 주관하며 실적을 키웠다. 올해도 LG씨엔에스, 대한조선, 명인제약 등 '대어'와 함께 삼양엔씨켐, 뉴키즈온, 이노테크 등 중소형딜도 주관했다.
IPO시장의 약진에 힘입어 KB증권은 'IB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ECM(주식자본시장)본부가 큰 성과를 내고, 여기에 십여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해온 채권자본시장(DCM)이 더해진 결과다.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전무)을 최근 만나 IPO 1위 비결을 들어봤다. 유 전무는 1999년 대우증권을 시작으로 2005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운용본부장을 지냈다. 2011년 KB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20년 리서치센터장에 이어 2023년부터 ECM본부를 맡고 있다.
유 전무는 "리서치·DCM·자산관리(WM) 등 부서간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게 KB증권의 IPO 주관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서치 인력들은 기업의 에쿼티 스토리, 밸류에이션을 고도화하는 데에 도움을 줬다"며 "지점에서 딜을 소개해주는 경우도 있고, 청약 과정에서도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활발하게 지원하면서 발행사 입장에서 좋은 주관사라는 이미지가 쌓였다"고 말했다. IPO를 통해 발행사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신규 고객 유입 등 보이지 않는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예가 LG에너지솔루션이다. 2022년 1월 공모규모 12조7500억원으로 역대 IPO시장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통해 KB증권에는 신규고객이 170만명 가량 유입됐다. 지난해 상장을 주관한 HD현대마린솔루션도 마찬가지다. 기존 HD현대그룹과 KB증권 DCM부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관계가 상장 주관의 영역까지 발전한 사례다. 올해 상장한 명인제약도 자산관리(WM) 부서를 통해 연결된 경우다. LG 씨엔에스도 상장 이후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유 지분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하면서 KB증권에게 매각주관을 맡기기도 했다.
유 전무는 "상장은 기업 생애주기의 한 단계일 뿐 끝이 아니다"며 IPO 사업의 영향은 단기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IPO를 통해 발행사와의 관계가 발전하고 고객이 신규 유입되면서 영업 기반이 되는 등 보이지 않는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결국 지향점은 '토탈 IB솔루션'이라고 유 전무는 강조했다. 상장 이후에도 FI의 엑시트를 지원하거나 발행사들의 추가적인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서는 기관 영업, 해외국제 영업 등 세일즈 역량과 메자닌, 회사채 등 다양한 DCM 역량, 인수금융 역량 등이 모두 필요하다는 이유다.
최근에는 성공적인 IPO를 위해 시장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해졌다. 유 전무는 "시장에서 나오는 우려나 기대들을 발행사에 전달하고 조율하는 역할도 주관사의 몫"이라며 "회사의 사업 모델에 따라 보다 적절한 성장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기술력이 월등한 발행사의 경우 해외진출을 비전으로 제시한다면 범용성이 높은 발행사의 경우 제품군을 확대할 것을 제안하는 식이다.
적절한 공모가 산정에서도 주관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유 전무는 "당장 공모자금을 많이 받고 주관사 입장에서 상장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것보다 기업이 자본시장에 진입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춘 상장이 장기적으로 유효한 이유"라고 말했다.
리서치센터에 근무한 경력은 기업분석 역량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유 전무는 "리서치센터에서 오랫동안 기업을 분석한 경험과 운용사에서 국민연금펀드를 운용한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더 와닿는 투자포인트와 스토리가 뭔지 알기 때문에 이를 시장에 전달하는 데에 공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IPO시장 1위에 이어 내년부터 향후 3년 동안에도 1위를 놓치지 않는 것이 유 전무의 목표다. 이를 위해 대형 딜이나 중소형 딜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양쪽 영역에서 모두 경쟁력을 발휘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성장성 있는 기업을 찾는 데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유 전무는 "IPO시장은 준비부터 실제 상장까지 주기가 긴 사업이기 때문에 당장 업황이 좋은 기업보다 향후 좋아질 기업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AI, 우주항공, 로봇 업종들이 장기 싸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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