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앞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 '눈치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국회에서 발의된 의원입법안별로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주체가 상이한 만큼 최종 입법안 내용에 따라 퇴직연금 시장 구조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말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를 공식 출범했다. TF 발족으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회에서도 기금형 퇴직연금과 관련된 법 개정안이 꾸준히 발의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최종안이 어떻게 나올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의된 법안들은 저마다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주체를 달리 설정하고 있어 어떤 법안이 최종안으로 선택되는지에 따라 향후 퇴직연금 시장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가입자 적립금으로 기금을 만들어 전문 운용기관이 수익률을 관리하는 제도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보다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사업자인 민간 금융기관이 개별 회사와 계약을 통해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계약형 퇴직연금 제도가 전부였으나 기금형을 도입해 수익률을 두고 다양한 운용 주체가 건전한 경쟁을 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운용주체에 대한 제안은 크게 수탁법인, 공단, 전문기금운용사 등 셋으로 나뉜 상태다. 지난해 8월 가장 일찍 발의된 한정애 의원안은 노사 공동 수탁법인을 설립해 연금을 운용하는 형태다. 안호영·박홍배 의원안은 고용노동부 산하에 퇴직연금공단을 별도 신설하는 안을 제시했다.
안도걸 의원안은 허가받은 민간 전문운용사가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수탁법인이나 공단을 신설하는 것에 비해 사회적 비용이 적고, 경쟁을 통한 수익률 제고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안도걸 의원안이 효율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에는 안도걸 의원안으로 입법되면 금융투자사들이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에서 지배력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내포되어 있다. 국민연금 역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통해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길 바라고 있는 만큼 460조원 규모로 성장한 퇴직연금 시장을 두고 이해관계자들 간 다툼도 첨예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증권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증권사들은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 시장에서 사업자로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왔으나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운용주체가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역할이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 발의안 중 안도걸 의원안으로 입법이 된다고 해도 증권사로서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전문기금운용사 범위가 자산운용사로 한정될 가능성도 높아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전문기금운용사 범위를 자산운용사로 제한되면 기존 연금 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면은 고려해야 한다"면서 "증권사는 고객관리를 오랫동안 해온 만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가 차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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