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한입유통] 덜 달수록 잘 팔린다…저당·제로, 이제는 '기본값'

  • 저당·제로 제품, 일상 소비로 확산

샘표 순작 율무차 저당 밤∙마차 제로 사진샘표
샘표의 '순작 율무차 저당'과 '순작 밤∙마차 제로'. [사진=샘표]

'단맛은 그대로, 당은 줄였다'. 식품업계의 신제품 문구에서 빠지지 않는 표현이다. 한때 다이어트 식단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저당·제로 제품이 이제는 모든 세대의 일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당을 줄이는 소비가 탄산음료를 넘어 곡물차·중화면·떡볶이 등 주식과 간식 전반으로 확산하며 식품 산업의 한 축으로 굳어지고 있다.

8일 빅데이터 분석업체 썸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저당' 키워드 언급량은 전년 동기보다 8.3% 증가했다. 특히 '저속노화' 키워드는 같은 기간 216% 이상 급증했다. 이는 당을 줄이는 식습관이 더 이상 다이어트를 위한 일시적 선택이 아니라, '노화를 늦추고 몸을 관리하는 장기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달지 않은 식품이 오히려 '건강한 삶의 기준'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시장 확산의 배경에는 천연 유래 대체당 기술 발전이 있다. 알룰로스·스테비아·에리스리톨 등 성분이 상용화되며 '맛 손실 없이 당을 줄이는' 제품이 가능해졌다. 한때 제로 제품이 '맛없다'는 평가를 받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단맛을 유지하면서도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동대문엽기떡볶이 저당엽떡 사진동대문엽기떡볶이 홈페이지
동대문엽기떡볶이 '저당엽떡' [사진=동대문엽기떡볶이 홈페이지]

실제로 최근 저당·제로 트렌드는 단순 음료를 넘어 식품, 외식 프랜차이즈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대문엽기떡볶이는 지난 9월 '저당엽떡'을 선보이며 매운 음식에서도 저당 옵션을 도입했다. 기존의 매운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당 함량을 32g에서 18g으로 낮췄고, 설탕 대신 수크랄로스와 스테비아 등 대체감미료를 사용해 칼로리를 줄였다. 엽기떡볶이와 엽기닭볶음탕 등 일부 메뉴에만 적용이 가능하지만, 분식에서 '건강한 단맛'을 찾는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한 시도로 평가된다.

풀무원은 '지구식단' 브랜드를 통해 중화면류에도 저당 콘셉트를 확장했다. 최근 선보인 '저당 볶음짬뽕'은 면과 소스 모두 당과 나트륨 함량을 낮춰 기존 제품보다 담백하지만 풍미를 유지했다. 리뉴얼된 '유니짜장면' 역시 같은 설계로 영양 밸런스를 강화했다. 한 끼 식사 대용식에서도 '덜 자극적이고 건강한 맛'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식품업계 전반에 저당 설계가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저당 트렌드의 출발점인 음료 시장에서도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샘표의 차 전문 브랜드 '순작'은 최근 '통현미 검은콩 율무차 저당'과 '통현미 가득 밤·마차 제로'를 선보였다. 알룰로스로 단맛을 구현하면서 한 포 기준 당류를 각각 0.2g, 0g까지 낮췄다. 기존 즉석음용음료(RTD) 중심이던 제로 흐름이 직접 타 마시는 전통차까지 확산된 사례다. 착색료와 향료 등 첨가물을 쓰지 않고 국내산 원재료를 풍부하게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당 제품은 더 이상 다이어트 전용이 아니라 브랜드의 기본값이 됐다"며 "소비자들은 '덜 달지만 맛있는' 제품을 원하고, 기업은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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