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美 변압기 수요에 호황 10년 간다"...일진전기 홍성공장 풀가동 임박

  • 홍성 2공장 가동 1주년...가동률 80% 도달

  • 고객 맞춤형 생산, 대부분 미국·중동 수출

  • "중국산 신뢰 낮아"...우수한 한국 엔지니어 성과

사진일진전기
일진전기 홍성 공장 전경 [사진=일진전기]

국내 4대 변압기 생산 업체인 일진전기가 급증하는 해외 수요에 대응하고자 홍성 2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며 인공지능(AI) 시대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회사는 장기적으로 교류뿐만 아니라 HVDC(초고압직류송전) 변압기도 생산하며 이재명 정부 공약인 '에너지 고속도로' 관련 준비에 심혈을 기울일 방침이다.

6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일진전기는 전날 충남 홍성에 있는 제1·2공장에 국내 취재진을 초청해 초고압 변압기 사업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공장 투어를 진행했다.

약 500명의 엔지니어가 근무하는 홍성 1·2공장에선 국내외에서 밀려든 변압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들이 한참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400kV 변압기 출하 전 최종 시험 장면 사진일진전기
400kV 변압기 출하 전 최종 시험 장면. [사진=일진전기]

일진전기는 전력 소모가 큰 AI로 인해 변압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지난해 10월 기존 1공장 옆에 2공장을 준공했다. 1년이 지난 현재 홍성 공장 가동률은 80%에 도달할 정도로 우수한 수주 성과를 내고 있다. 홍성군도 역내 법인세 1위 기업인 일진전기가 변압기를 빠르게 해외로 수출할 수 있도록 인근 궁리포구 항구까지 길에 변형 신호등을 배치하며 물심양면으로 기업을 돕고 있다.

공장 내에선 전 세계 각국에서 밀려든 변압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들이 변압기 조립에 한창이었다. 

일진전기의 주력 사업은 전선, 변압기, 차단기, 재료 등 네가지다. 화성 공장에선 전선과 차단기를, 안산 공장에선 재료를 만든다. 변압기 공장은 원래 인천에 있었지만 공장 규모 확대 등을 위한 사업상 결정에 따라 홍성에 자리를 잡았다.

홍성 1·2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3만MVA(메가볼트암페어)에 달한다. 연간 약 240대의 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김정찬 일진전기 변압기사업부 상무는 "생산한 변압기는 주로 미국으로 수출된다"며 "중동과 국내 수요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1공장에선 345∼765kV 변압기를, 2공장에선 좀 더 작은 345kV 이하 변압기를 만든다. 
 
사진일진전기
다양한 악조건을 실험 중인 변압기. [사진=일진전기]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등 국내 기업이 발주하는 변압기는 표준화되어 있어 미리 만들어둔 제품을 공급하는 반면 미국·중동 고객사는 자국 내 전력 상황에 맞는 맞춤형 변압기를 원한다. 변압기 생산 공정이 자동화되지 않고 철저히 사람 손을 타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빠른 생산과 높은 제품 신뢰성으로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김 상무는 "변압기 생산에는 보통 설계 3개월, 제작 3개월이 걸린다"며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월등히 빨리 만드는 데, 이는 한국 엔지니어들이 손놀림이 좋고 신 기술 이해도가 우수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숙련된 변압기 엔지니어를 양성하려면 적어도 4년 이상이 필요하다"며 "일진전기는 특성 설계에 대한 집중 교육과 별개로 현업에서 1인당 2명의 선배 엔지니어가 붙어 OJT(직무교육)를 하는 형태로 전문가를 길러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제품 완성후 QA(품질검증)도 철저히 한다. 모든 변압기는 공장에서 조립해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한 후 다시 해체해서 고객사로 보낸다. 일진전기 공장에선 미국·캐나다·러시아 등 여러 국가 표준에 맞춰 테스트를 할 수 있다. 변압기 고장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낙뢰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변압기 용량에 1.8배에 달하는 고전력을 흘려보낸 후 이상 없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김 상무는 "중국 변압기의 전 세계 점유율이 높지만 고장이 잦고 기술 지원이 느려 미국 시장에서 신뢰가 낮은 상황"이라며 "높은 신뢰성이 미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 변압기를 선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진강일용 기자
유상석 일진전기 대표. [사진=강일용 기자]

일진전기의 주력 사업은 전선이지만 변압기의 비중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올 상반기 일진전기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중전기(변압기 포함)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71.3% 증가한 2066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미국 지역 매출이 1510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수주잔고도 12억4232만 달러에 달한다.

유상석 일진전기 대표는 "AI로 인해 변압기 수요가 공급을 능가하면서 전력 시장 슈퍼사이클은 10년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미국 외에도 아시아, 중동, 유럽 등으로 사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며 관련해서 추가 투자(공장 증설)도 시장 현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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