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개인회생 역대 최대인데…'빚투 괜찮다'는 금융당국

 
사진신동근 기자
[사진=신동근 기자]

코스피가 한때 4000 밑으로 급락한 지난 5일 포털 증권뉴스에 가장 많이 거론된 이름은 아마도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일 것이다. 하루 전 방송 인터뷰에서 권 부위원장이 한 발언 때문이다. 그는 “빚투도 레버리지 투자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발언 이후 코스피가 이틀간(4~5일) 5% 넘게 추락하면서 가볍지 않은 파장을 낳았다.

그의 발언이 문제가 된 건 '타이밍' 때문은 아니다. 한창 날아오르던 코스피가 갑자기 급락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발언의 전체적 취지도 ‘무작정 빚내서 투자하라’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가계부채와 개인 채무 위험이 누적된 시점에 금융정책을 설계하는 최고위 책임자가 이 같은 표현을 꺼낸 것 자체를 문제 삼는다.

실제로 최근 우리 사회의 '빚투'는 심각한 수준이다. 개인회생 신청 건수만 봐도 그렇다. 법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자영업 회복이 더디고 소득 대비 금리 부담이 커진 데다 코인과 주식 레버리지 투자로 손실을 본 이들이 줄줄이 회생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한 법무사는 “경기 둔화가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인과 빚투로 회생에 들어오는 젊은 층 상담이 확연히 늘었다”고 말했다.

고위 당국자의 '입'은 그 자체로 시장에 보내는 ‘신호’다. 시장은 언어의 뉘앙스를 즉각 받아들인다. 박근혜 정부 시절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 입안자의 발언은 부채 주도형 자산가격 상승을 만들었다. 그 후폭풍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발언 역시 비슷한 인식을 다시 불러올 위험이 있다. ‘빚을 내서 투자해도 괜찮다’는 인식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회생 기간 단축이나 채무조정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정부가 위험을 떠안아줄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가 커질 여지도 있다.

우리 증시는 올 들어 70% 이상 급등했지만 상승세는 영원하지 않다. 빚으로 만든 수익은 하락장에서 빠르게 무너진다. 개인회생 증가 수치는 이미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안 그래도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빚으로 만든 투자 성공담’은 투자자들을 현혹시킨다. 정부가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가벼워선 안 된다. 지금 금융당국자가 할 말은 ‘신중해야 한다’이지 ‘괜찮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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