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제한 규정' 문제 제기했다가 징계면직…새마을금고 '입 막기' 논란

  • 내부 게시판 글 올린 직원, 외부 유출로 중징계

  • 중앙회 "조사 중"…제보자 보호 실효성 논란

서울 강남구 소재 새마을금고중앙회 전경 사진새마을금고
서울 강남구 소재 새마을금고중앙회 전경 [사진=새마을금고]
새마을금고 직원이 내부 게시판에 녹취 제한 규정의 법적 타당성을 문제 삼는 글을 올렸다가 징계면직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제보 활성화를 외친 새마을금고중앙회 방침과 달리 문제 제기에 나선 직원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으면서 '입막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한 새마을금고는 최근 직원 A씨를 징계면직했다. A씨는 새마을금고 내부 게시판에 금고에서 녹취 제한 규정을 신설하려 한다며 이 같은 규정이 법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 내용은 빠르게 확산됐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규정이 사실상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문제가 된 규정은 직원 간 대화를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했을 때 중징계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 본인이 대화 당사자일 때 녹취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 규정이 시행되면 직장 내 갑질이나 부당지시 증거 확보 목적의 녹취까지 금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해당 금고는 A씨 게시글이 '내부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주목할 점은 징계위 구성 과정에서 3~4년 전 과거 사안까지 함께 심의 대상으로 포함했다는 점이다. 내부에서는 징계 수위를 높이기 위해 오래된 사안을 함께 거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징계위는 면직을 의결했다.

특히 이 금고는 과거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자필 반성문을 제출하게 하거나 타 지점을 돌며 도장을 받아오게 하는 등 갑질성 행위를 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어 비판 여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최근 관련 조사에 착수해 징계 절차에 대한 적법성을 검토 중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징계 절차에 대해 적법성을 확인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앙회 측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규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법률 자문조차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올해 초 준법감시부문 내 내부제보센터를 신설하고 익명 제보·보호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정작 내부 문제를 제기한 직원이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서 제도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익명의 노동전문가는 "중앙회가 조치를 취하더라도 현 이사장이 자리를 지키는 한 다른 사유를 들어 다시 징계할 수도 있다"며 "제보자 보호보다 조직 논리를 우선하는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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