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 논설주간]
중국심서(中國心書) 2025 ⑬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1월 1일 회담이 끝난 다음 날 오전 8시 20분 회담 내용을 정리해서 온라인 인민망(人民網)에 올렸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공산당 당원 숫자는 1억27만1000명이다. 이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중국인들에게 전달되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이재명 대통령의 회담 내용에 대한 인식의 기본은 인민망이 전하는 내용이다.
인민망은 전날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다음의 4가지를 건의했다고 전했다. 중국어로 ‘사점건의(四点建議)’로 정리된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사점건의’의 두 번째는 서로간의 이익추구를 위한 협력을 심화하고, 이익 연결끈을 팽팽하게 만들어, 이웃이란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잘 이해하자는 건의다. 여기에는 인공지능 협력을 비롯한 각종 과학기술 협력과 수사협력이 포함된다. 세 번째는 국민감정을 높이고 민심이 잘 소통될 수 있도록 촉진하자. 여론과 민의를 잘 인도해서 긍정적인 정보를 늘이고 부정적인 움직임은 억제하자. 네 번째의 건의는 다방면 협력으로 평화발전을 촉진하고, 무역체제의 다변화를 지켜나가자는 것이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정리한 이재명-시진핑 회담의 요점 ‘네가지 건의’에 대해 관영 신화통신은 2일 오후 ‘제1관찰’이라는 해설기사를 통해 “네 가지 건의(四点建議)는 11년 전인 2014년 시진핑 주석의 박근혜 대통령 시절 방한(訪韓) 당시의 ‘네 가지 동반자 관계(四個伙伴)’가 변화한 것으로, 중국의 대한(對韓)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실현되어 중국이 주변국들과 상호 윈윈하는 관계를 잘 견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신화통신은 11년 전의 ‘네 가지 동반자 관계’는 공동발전, 지역평화, 아시아 진흥, 세계번영 촉진이라고 정리했으나, ‘네 가지 건의’와 ‘네 가지 동반자 관계’가 어떻게 달라진 것인지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11년 전의 ‘네 가지 동반자 관계’가 ‘네 가지 건의’로 변화한 것이 양국관계의 발전이 아니라, ‘쌍방향의 대등한 관계’에서 ‘한쪽 방향으로의 의사전달’로 퇴행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뒤집어보면 11년 전의 중국의 위상과 현재 중국의 위상이 달라진 점을 난해하게 표현한 것은 아닌지 잘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는 1일자에서 이번 APEC에서 나타난 한·미·중 관계에 대해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중국과 ‘깊은 관계(strong ties)’를 맺고 있는 한국은 갈수록 강화되는 두 나라 사이의 경쟁관계 때문에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논평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APEC 참석을 계기로 한·중관계를 개선하고, 양국간 경제협력을 강화해보려 했으나, 오랜 동맹관계인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의 관계도 강화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복잡한 상황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는 발표를 함으로써 한국을 워싱턴의 안보체계 안으로 통합하겠다는 계획에 새로운 쟁점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제조 허용을 발표한 핵추진 잠수함은 중국과 북한 근해를 수색하는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핵추진 잠수함 한국 제조허용 발표는 한국 관리들에게도 놀라움을 안겨주었다고 이 신문은 아울러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APEC에서 한국은 안전보장은 미국과, 경제협력은 중국과 하겠다는 한국의 노력이 얼마나 어려운지(tricky) 깨닫게 해주었다”고 진단했다.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균형을 잡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한국 정부가 이번 APEC에서 알게됐을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11년 만에 경주에서 이뤄진 이재명-시진핑 회담의 결과에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일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를 설명하는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국익과 실용에 기반한 대중외교를 통해 한·중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추진하고, 양국 경제협력 구조 변화를 반영한 ‘수평적 협력’에 기초한 호혜적인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APEC 이후 앞으로의 한·중 관계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칠 요소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허용을 우선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9년 전인 2016년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발표한 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ce · 고고도 미사일 방어망)의 한반도 배치에 중국이 보여준 거부감과, 2023년 4월 27일 42년 만에 부산항에 입항한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에 대해 중국당국이 보여준 반응을 보면 앞으로의 한·중 관계에 일어날 파고(波高)는 짐작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2016년의 THAAD 한반도 배치나, 2023년 4월의 미 핵잠수함 켄터키함 방한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고 한·미동맹의 확장억제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중국측은 과도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우리에 대한 경제제재와 교류 중단, 한류(韓流)봉쇄 등 조치를 취했다. 특히 사드(THAAD) 배치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이루어진 조치였지만, 중국측은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서 몇 차례 한국과 미국 당국을 비난하는 일까지 있었다. 중국군 당국은 자신들도 사드에 대응하기 위한 러시아제 방공망을 산둥(山東)성과 지린(吉林)성에 배치하면서도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을 거두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이재명 정부가 취할 대중(對中) 외교정책은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 우선 안보는 미국과, 경제교류는 중국과 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정책은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전략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안미경중’이 ‘안중경미’로 바뀐다거나, ‘안미경미’, 또는 ‘안중경중’으로 우리 전략이 변한다면 우리는 정체성 상실과 생존위기로 몰릴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대결이 강화되더라도 과거 1970~80년대처럼 미국과 중국이 화해하는 역사적 변화가 없으리라는 법이 없을 것이므로, 우리의 전략이 ‘안미경중’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점을 견지하면서 워싱턴과 베이징에 끈질기게 설득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무리하게 벌인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앞으로 수십년간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은 최근 개최된 제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통해 2026~2030년 제15차 5개년 계획을 확정하고 Made in China 2035와 Made in China 2049로 글로벌 경제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의 역사에서 동아시아에 미국의 영향이 미치지 않던 명조(明朝)와 청조(淸朝)시절에 조선왕조가 겪었던 고난과 핍박의 시대를 되돌아보면, 어떤 유혹이 있더라도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선택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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