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인공지능(AI) 구축에 필수적인 전략적 자산이다. 중국과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앞서려면 매년 100GW(기가와트) 규모의 새로운 전력시설을 지어야 한다."
최근 챗GPT 제작사 오픈AI가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에 제출한 11페이지짜리 보고서 내용이다. 전 세계적으로 AI가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전기 먹는 하마'라 불리는 데이터센터가 늘고, 이에 전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력이 AI 경쟁 승부처가 됐음을 보여준다.
AI 전력 전쟁...청정에너지로 앞서는 中
데이터센터는 AI 기술 구현의 토대이자 핵심 인프라다. 그만큼 전력소모량이 어마어마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전력소비량의 약 1.5%, 즉 415테라와트시(TWh)를 차지했다.
현재까진 데이터센터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향후 AI 수요 급증에 그 비중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IEA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이 2024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945TWh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일본의 현재 총전력소비량보다 약간 높은 수치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은 2024년 대비 약 240TWh(130% 증가), 중국의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은 약 175TWh(170% 증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전력발전량 방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지난해 발전량은 약 1만 TWh로, 미국의 2배가 넘는다.
중국은 특히 화석연료보다 태양광·풍력·수력·원전 등 청정에너지를 중심으로 전력을 대량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석유·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은 정치적으로 불안한 지역의 에너지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 발전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원전 건설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3년간 매년 10기의 원전 신규 건설을 승인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중국의 원전은 2013년 17기에 불과했으나, 2025년 현재 91기로 5배 늘었다. 58기가 현재 가동 중이며, 건설 중인 원전만 33기다.
풍력 발전과 태양광도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정해 대규모 보조금과 저리 대출을 제공하고, 심지어 초기에는 토지도 무상 지원했다. 석유·천연가스 시추 확대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드릴, 베이비, 드릴(시추하고 또 시추해라)'과 비교된다.
칭하이성 궁허에 지은 세계 최대 규모의 타라탄 태양광발전소는 현재 발전용량만 1.6㎿(메가와트), 인구 1000만명의 미국 3대 도시인 시카고 인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 발전소는 앞으로 발전용량을 2㎿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티베트고원을 흐르는 얄룽창포강에는 2033년 완공을 목표로 싼샤댐 3배의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도 짓고 있다.
지난 2020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30년까지 중국의 풍력·태양광 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지난해 이미 달성했다. 계획을 6년 앞당겨 완수한 셈이다. 올해 4월 기준 풍력·태양광 발전은 중국 전력의 4분의1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2600㎞ 송전을 0.009초 만에" 초고압 송전망 기술
다만 중국의 풍력·태양광 발전소 등 대부분은 외딴 서북부 지역에 위치해 있어서 실제로는 중국이 풍력·태양광에서 생산된 전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중국은 장거리로 대규모 전력을 송전할 수 있는 초고압(UHV) 송전선도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서북부에서 생산한 전력을 경제가 비교적 발달한 동부 지역으로 보내기 위함이다.
중국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신형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UHV 송전선 건설을 7대 신형인프라 중 하나로 삼아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었다.
그 결과, 중국은 현재 UHV 송전선 기술 방면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한다. 중국의 UHV 송전선은 대부분 직류 기술을 사용하는 덕분에 전력 손실이 거의 없이 장거리로 대량의 전력을 신속하게 송전할 수 있다.
실제 중국 국가전력망에 따르면 현재 서북부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동쪽 안후이성까지 깔린 3300㎞
UHV 송전선으로 전력을 보내는 과정에서 손실되는 전력은 고작 1.5%에 불과하다. 티베트에서 광둥까지 2600㎞ 장거리로 전력을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도 9밀리초, 0.009초밖에 안 걸린다.
중국이 미국과의 '전력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것은 중국이 중앙집중식 정책을 통해 체계적으로 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킨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안보'를 외쳐온 중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 지원사격한 데다가, 전력망 건설 프로젝트도 국유기업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는 전력망 건설을 민간 투자에 의존하는 미국과 비교된다. 홍콩매체 홍콩01에 따르면 미국 내 전력망 회사만 529곳에 달하는 등 전력망이 전국 방방곡곡에 지역적으로 분산돼 있어서 송전선을 체계적으로 통합하기 어렵다. 여기에 지역 주민 반대, 지역 간 이해상충, 환경 보호 등을 이유로 신규 발전 설비나 송전망을 짓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보도했다. 매체는 AI 분야에서 전력 시스템의 후진성이 미국의 산업 발전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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