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K-푸드, 수출을 넘어 신뢰와 품격으로 국가 브랜드를 설계하자

  •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 순간, 시장의 미래를 결정한다

사진함선옥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연세대 K-FOOD 정책연구원 원장·한국급식학회 회장
함선옥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연세대 K-FOOD 정책연구원 원장·한국급식학회 회장)


K-푸드가 세계인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뉴욕의 레스토랑에는 '고추장 스테이크'가 오르고 파리의 대형마트에는 'K-김치 존'이 마련됐다. 동남아에서는 불닭볶음면과 비빔면이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됐으며 미국의 코스트코와 월마트 'K-푸드 섹션'은 주말마다 인파로 붐빈다. 한국 음식은 이제 단순한 수출품이 아니라 세계인의 식탁 위에서 살아 있는 문화가 됐다.


그러나 지금의 성과는 한류 열풍에 기대어 얻은 반사효과에 불과하다. 체계적인 정책과 국가적 브랜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K-푸드의 성장은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 이제 K-푸드는 단순한 수출 산업이 아니라 국가의 철학과 신뢰를 담은 브랜드 산업으로 전환돼야 한다.

정부는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K-푸드 수출 확대 정책을 추진해왔고 스마트 농업과 해외 거점 확대, 전통주 육성 등 다양한 과제가 포함돼 있지만 여전히 초점은 '얼마나 많이 팔았는가'에 맞춰져 있다. 지속 가능한 경쟁력은 매출이 아니라 신뢰에서 시작된다. K-푸드가 산업을 넘어 브랜드로 자리 잡으려면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이미지와 가치'를 수출해야 한다.

성공한 브랜드는 물건이 아니라 철학을 판다. K-뷰티는 아름다움의 철학을 K-콘텐츠는 한국적 감성을 팔았다. 이제 K-푸드는 신뢰의 철학을 팔아야 한다. 그 철학이 산업을 브랜드로 브랜드를 국가 경쟁력으로 바꾼다.

글로벌 시장은 이제 '무엇을 파느냐'보다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를 본다. 외국 소비자에게 김치는 단순한 발효식품이 아니라 건강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다. 그러나 '김치=건강=K-푸드'라는 서사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과학적 근거와 영양학적 데이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실증 연구가 그 연결고리를 완성할 때 K-푸드의 스토리는 신뢰로 바뀌고 브랜드는 힘을 갖게 된다.

K-푸드의 성공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브랜딩 구축에서 출발한다. 그 신뢰는 두 축으로 세워진다. 첫째 건강식으로서의 신뢰다. 과학적 근거를 통해 K-푸드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둘째 안전성과 위생에 대한 신뢰다. 국제 기준에 맞는 품질관리와 인증체계를 통해 '안전한 한국 식품'이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해야 한다. 건강과 안전 두 신뢰가 결합될 때 K-푸드는 브랜드가 된다.

태국은 그 방향을 이미 증명했다. 2002년 시작된 '글로벌 타이(Global Thai)' 캠페인은 'Thailand: Kitchen of the World(세계의 주방)'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이는 단순한 식당 확장이 아니라 음식과 문화, 관광을 결합한 통합 이미지 전략이었다. 그 결과 태국은 미식과 관광, 문화 외교 전반에서 '신뢰할 수 있는 미식 국가'라는 인식을 구축했다.

한국도 같은 전환점에 서 있다. K-콘텐츠와 한류 공연, 한식, 전통주, 관광이 결합되며 '보는 한국'에서 '맛보는 한국'으로, '소비되는 산업'에서 '기억되는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 역시 식품 수출과 문화산업, 공공외교를 연계한 국가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K-푸드의 세계화는 이제 산업정책이 아니라 국가 브랜드 전략의 핵심 축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수출해야 할 것은 음식이 아니다. 'Korea'라는 이름에 담긴 철학과 신뢰 그리고 품격이다. K-푸드 산업의 성공은 이 철학을 국가 브랜드로 설계하는 데서 시작된다. '팔리는 나라'에서 '기억되는 나라'로, 'K-푸드를 파는 나라'에서 'K-푸드로 신뢰받는 나라'로 진화하는 전환점이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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