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3% 예금 자취 감췄다…은행권과 엇갈린 행보

  • 저축은행 정기예금 3%대, 9월 초 196개→현재 0개

  • 대출 규제에 고금리 유지 이유 사라져

  • 하나·케이·카카오 등 은행, 오히려 금리 소폭 상승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고금리 정기예금이 저축은행권에서 사라졌다. 투자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은행권이 예금금리를 올리는 사이, 대출 여력 감소로 고금리를 유지할 이유가 줄어들면서 저축은행의 '고금리 경쟁'은 빠르게 진정되는 분위기다.

27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가운데 연 3% 이상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없다. 지난 9월 초만 해도 3%대 정기 예금 상품이 196개에 달했지만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전멸했다. 지난주까지 3.00% 금리를 유지했던 경북 머스트삼일저축은행도 이번주에 2.9%로 인하했다. 이날 기준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72% 수준에 머물렀다.

저축은행 예금금리 급락은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 잔액이 정체되면서 자금을 끌어올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예금이 늘수록 예대율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조와 국내 경기 둔화 전망까지 더해지며 저축은행권 금리 인하에 속도가 붙었다.

이런 영향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여전히 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102조3866억원으로 10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9월 초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5000만원→1억원) 이후 안정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예금 이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과는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하나은행은 '하나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를 지난 22일 2.55%에서 2.60%로 인상했고, 앞서 카카오뱅크(0.10%p), 케이뱅크(0.05%p) 등 인터넷은행들도 잇따라 금리를 높였다. 은행권은 투자자가 단기 투자상품으로 이동하는 자금을 붙잡기 위해 방어에 나선 반면, 저축은행은 대출 부진으로 운용 여지가 제한돼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은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방어하지만, 저축은행은 조달이 과잉 상태라 금리를 낮춰도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낮다"며 "대출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고금리를 유지하면 수익성만 악화되기 때문에 당분간 금리 경쟁보다 유동성 안정과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